“소매금융 사업 철수 상세계획 밝혀라”..금융위, 한국씨티은행에 조치명령 발동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0.27 16:39 의견 1
한국씨티은행 건물 전경 (자료=한국씨티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와 거래질서 유지를 위해 한국씨티은행에 조치명령을 내렸다. 씨티은행은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상세한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이행 사항을 점검받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에서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조치명령을 의결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최초로 발동되는 조치명령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금융위가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은행 등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불편 및 권익 축소 등이 발생할 개연이 높다고 봤다.

씨티은행이 자체적으로 관리계획을 마련·시행하더라도 그 내용의 충실성 여하에 따라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조치명령권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이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한 상세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이행할 것을 명령했다.

씨티은행은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계획 ▲개인정보 유출 등 방지 계획 ▲조직·인력·내부통제 등을 포함한 상세한 계획을 금감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의 계획을 제출받아 점검하고 금융위에 보고한다. 금감원은 향후 씨티은행의 계획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해 필요 시 금융위 보고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 상 인가 대상인지 여부를 수차례 검토한 결과 인가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최종 판단했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그간의 검토 및 논의 결과를 보고 받고 씨티은행이 영업대상을 축소해 주요 은행 업무를 영위하는 것을 은행법 제55조 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재 씨티은행의 주요자산 총액 68.6조원 중에 소매금융부문은 30.4%, 기업금융부문은 69.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매금융부문에 비해 기업금융부문 비중이 큰 만큼 기업고객에 대해서만 영업한다고 해서 이를 폐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전부 폐업 이외의 사항에 대해 인가대상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사항을 폐업인가 대상으로 볼 경우 향후 다양한 사례들이 인가 대상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다른 법적수단이 존재하므로 법문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폐업 대상으로 볼 실익이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매금융사업을 폐지하면서 은행업 폐업인가를 받지 않았던 HSBC 사례와의 형평성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3년 외은지점인 HSBC가 국내 소매금융 철수 과정에서 은행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외은지점 폐쇄인가는 받았으나 은행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폐업인가는 받지 않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현행법 하에서는 영업대상 축소를 인가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자산구성 또는 영업대상 변경 등을 인가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해 필요 시 제도 정비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씨티은행이 조치명령을 충실히 이행해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불편 및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면밀히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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