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노조 “금융위 ‘인가권 없음’ 결정, 금융주권 포기한 것”..강경 투쟁 예고

금융노조·씨티은행 지부, 금융위 규탄 기자회견
“금융위, 씨티은행에 유리하게 자료 왜곡해 판단”
“소비자금융 폐지 후 은행업 기준 미달..은행업 폐지돼야”
11월 2일 결의대회 개최..“물리적·법적 수단 총동원”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0.29 12:22 의견 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29일 오전 10시 30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주권 포기한 금융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자료=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노조가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금융위원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금융위의 이번 판단이 금융 주권을 스스로 허무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29일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주권 포기한 금융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7일 정례회의에서 소매금융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조치명령을 의결했다. 아울러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최종 판단했다. 씨티은행이 영업대상을 축소해 주요 은행 업무를 영위하는 것을 은행법 제55조 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특히 현재 씨티은행의 주요자산 총액 68.6조원 중 소매금융부문은 30.4%, 기업금융부문은 69.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들었다. 소매금융부문에 비해 기업금융부문 비중이 큰 만큼 기업고객에 대해서만 영업한다고 해서 이를 폐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은행에 유리한 자산 규모 데이터를 만들어 애써 폐지되는 사업부문의 규모를 작게 보이게 노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씨티은행 지점수는 소비자금융 32곳, 기업금융 7곳이다. 직원수는 각각 2270명, 460명 규모다. 고객 수는 각각 2200만명, 8100개 업체다. 6월 기준 대출자산 총액은 21.1조원이며 이중 소비자금융 원화대출액은 17.5조원으로 83% 비중을 차지한다.

진 위원장은 “상황이 이런데 금융위는 기업금융에 유리한 유가증권, 파생상품, 신탁까지 포함시켜 기업금융 자산을 부풀려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HSBC(홍콩상하이은행) 철수 사례를 들어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금융위의 판단도 노조는 모순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13년 HSBC의 10개 지점 폐쇄 당시 외은지점 폐쇄인가는 받았지만 폐업인가를 받지 않았다.

진창근 위원장은 “HSBC 총자산의 7.6%인 1조7000억원 규모의 소비자금융 폐지는 인가를 받았는데 총자산의 30.4%로 20조8000억원에 달하는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폐지는 인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노조는 은행법 법문언이 불명확하다는 금융위 해석에도 반기를 들었다. 금융위는 현행법상 전부 폐업 이외의 사항에 대해 인가대상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며 법문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폐업 인가 대상으로 볼 실익이 분명하지 않다고 봤다.

반면 금융노조는 은행법 제55조 ‘은행업의 폐업과 영업의 중요한 일부 양도’는 인가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제24조의9 제3항에서는 ‘영업양수의 인가는 제1항을 준용해 심사하고 영업양도의 인가는 제2항을 준용해 심사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영업의 일부 양도는 명확한 인가 대상이며 영업양도는 분할, 합병보다 수위가 높은 해산, 폐지에 해당하는 기준으로 엄격하게 심사하라는 것”이라며 “영업의 일부 양도는 폐지와 동일하게 심사하라는 것인데 이번 금융위 결정은 영업의 일부 폐지는 폐지와 다르게 심사하겠다는 것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노조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폐지로 영업점이 폐쇄되고 본점만 남으면 충분한 영업시설이 부족하게 될 것이고 결국 은행업 인가 폐지 사유에 해당돼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법 제8조 2항에서는 ‘은행업을 경영하기에 충분한 인력, 영업 시설, 전산체계 및 그 밖의 물적 설비를 갖출 것’을 규정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씨티은행 본점만 남게 되면 충분한 영업시설 기준에 미달되기 때문에 자동으로 은행업 면허를 반납해야 된다”며 “만약 반납하지 않는 특혜를 누리면 노조와 시민단체가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금융노조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는 다음달 2일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진 위원장은 “2021년 10월 27일은 대한민국 금융주권의 마지막 보루인 금융위가 외국자본에 무릎 꿇은 치욕적인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물리적 투쟁을 포함한 법적 투쟁까지 총동원해 이번 사태를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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