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태풍의 눈' 카카오손보..'닮은 꼴' 캐롯손보가 느끼는 '위기감'

디지털보험사 카카오손보 연내 공식 출범 목표
생활밀착형·미니보험 취급..위협 대상 1호 캐롯손보
빅테크와 대립.."캐롯손보에 시너지·종속 우려 공존"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6.15 15:07 의견 0
캐롯손해보험, 카카오페이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카카오손해보험이 등판하기도 전에 보험업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위협 대상 1호로 지목된 건 캐롯손해보험이다. 같은 디지털보험 시장 아래 성격이 비슷한 상품을 팔면서 시장 내 시너지를 낼 거란 기대도 있지만 대형 빅테크의 영역 점령 우려가 이내 손쓸 수 없는 공포로 이어질 것이란 반응이 팽배하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지난 10일 금융위로부터 '카카오손해보험(가칭)'에 대한 보험업 예비허가를 받고 이후 본허가를 받아 연내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써 캐롯손보에 이어 국내 제2호 디지털 손보사가 등장하게 됐다.

카카오손보는 출범과 동시에 '닮은 점' 많은 캐롯손보와 입방아에 꾸준히 오르내릴 전망이다. 벌써부터 업계 안팎에선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로 등장한 캐롯손보가 출범 1년 반 만에 크나 큰 암초를 만났단 우려가 나온다.

저렴하고 혁신적인 상품으로 승부를 보는 캐롯손보는 한화손해보험이 출자한 야심작이다. 특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험'을 상품의 차별점으로 내걸고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주행거리에 따라 후불로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필요할 때만 보험을 스위치처럼 껐다 켜는 '스마트ON보험' 등으로 모두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신설사인 만큼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독창적인 상품으로 디지털 보험시장 내 입지를 넓히겠다는 포부로 해석된다.

관건은 이처럼 합리적인 가격과 생활밀착형·미니보험을 전면에 내다 거는 전략은 카카오손보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손보는 출범 초기 사업으로 접근이 쉬운 미니보험 위주로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휴대폰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 생활형보험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캐롯손보의 강점으로도 알려진 '미니보험'은 보험사들 사이에서 소위 '돈 안되는' 상품으로 알려지지만 빅테크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예컨대 캐롯손보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미니보험을 속속 출시해 이름을 알렸지만 막상 저가 중심 판매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탓에 출범 이후 적자행진이 불가피했다.

반면 카카오손보는 지난 4월 기준 36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페이의 가입자 수를 등에 업고 수익성 경쟁서 독보적인 강점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카카오손보는 상품 출시도 전에 벌써부터 '보험 갈아타기'를 고민하게 만들 만큼 신뢰가 구축된 상황이다.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 소식에 소비자들은 "펫보험 기다리는 중", "00생명 상품 갈아타려고 했는데 미니보험 파는구나", "카카오 이렇게까지 커져도 괜찮은 거야?", "아 카카오(주식) 너무 일찍 팔았네", "캐롯(손보)거 스마트폰 보험 들었는데 뭐가 더 저렴할까", "카카오톡(앱)으로 직접 보험 짜는 것도 가능할 듯", "카카오 로고를 하루도 안 볼 날이 없겠네" 등 여러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카카오손보의 유력한 위협 대상으로 꼽힌 캐롯손보는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보험업 등장을 두고 "누군가 지고 이기는 '경쟁'이 아닌 디지털보험사란 존재 자체를 소비자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입장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이날 "카카오라는 빅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활동 가능한 디지털보험 시장 파이가 넓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캐롯손보가 출범 당시부터 열심히 활동한 데 비해 여전히 디지털보험사의 존재를 모르는 소비자가 많아 카카오로 하여금 인식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카카오손보가 미니보험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캐롯손보와 100% 동일한 상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고객 니즈에 따라 소액단기 상품을 굉장히 세분화 해 출시하고 있는 만큼 카카오손보와 경쟁하기보단 고객이 생활 속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많아지는 등 윈윈효과 누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손보사 자체가 캐롯손보뿐이라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 그나마 유명 배우 신민아가 출연한 광고 등 적극적인 홍보 효과로 1분기 실적이 꽤 오른 점을 봤을 때 어쩌면 카카오손보의 등장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캐롯손보와 카카오손보는 꾸준히 비교 대상에 오를 것이고 캐롯손보엔 이참에 회사 이름을 알릴 기회가 될 것 같다"며 "당장 카카오손보가 장기보험을 다루지 않아 가시적인 영향이 없다해도 향후 상품군이 확대될수록 종속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섞인 시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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