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발목 잡힌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호텔롯데 상장, 올해도 ‘안갯속'

박수진 기자 승인 2021.01.07 16:22 | 최종 수정 2021.01.07 20:22 의견 0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호텔 서울 전경 [자료=롯데]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로 올해도 속도를 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은 신 회장이 제시한 ‘뉴롯데’의 핵심 과제이다.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란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필수 작업으로 꼽힌다.

현재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계열사가 지분 99%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상장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이 분산되면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2019년 신 회장이 대법원 판결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버리고 지난해 1월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원톱’ 체제를 굳히면서 가능성을 높였다.

게다가 같은달 2월 신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런 관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기업 공개 심사과정에서 경영진의 도덕성이 평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혹시 모를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았다는 분석이다.

이어 지난해 3월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6년간 벌여 온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그룹의 주축 사업인 면세·호텔·롯데월드·리조트 등 4개 사업부문이 모두 영향을 받으면서 올해 상장 작업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위해서는 외부투자자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해야 하지만 호텔·면세 사업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호텔롯데는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 4631억원, 순손실 7658억원을 냈다. 급격한 실적 악화로 지난해 말엔 신용등급마저 ‘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졌다. 상장 작업을 준비 중이라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상장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의 종식과 실적 회복이 맞물려야만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호텔롯데의 실적 악화와 기업공개 시장의 투자심리 악화는 상장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부터 영향을 벗어나고 실적 반등이 이뤄질 때 상장 추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지난 4일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Walls turned sideways are bridges)’는 말을 인용하며 “눈 앞의 벽에 절망할 것이 아니라,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들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올해 신 회장이 악조건 속에서 호텔롯데 상장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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