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희망하지 않은 희망퇴직'..코로나 못 견딘 푸르덴셜도 첫 감원

1위 삼성생명 '공로휴직' 도입후 확산..롯데손보·현대해상 등 뒤따라

조승예 기자 승인 2020.12.14 18:24 의견 0
푸르덴셜생명 건물 전경 (자료=푸르덴셜생명)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가 올해 줄줄이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에 인수된 푸르덴셜생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시행에 나섰다. 대상은 '수석급' 이상 직원으로 1977년 이전 출생자 또는 20년 이상 근속자다.

미국계 생보사 푸르덴셜생명은 1989년 국내 진출 이래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영업이 장기간 위축된데다 KB생명과 합병을 앞두고 처음으로 인력 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 외에도 올해 여러 보험사가 줄줄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지난해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9월 희망퇴직을 시행해 400여명을 내보냈다.

6월에는 업계 1위 삼성생명이 공로휴직 대상자를 모집하면서 새로운 공로휴직 제도를 선보였다. 하지만 사실상 희망퇴직이라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공로휴직은 삼성생명이 2018년 11월 도입한 제도로 6개월 또는 1년 동안 급여의 절반을 받으면서 휴직하도록 하는 일종의 유급휴직 제도다.

이번에 확대 개편한 '전직형 공로휴직' 제도는 공로휴직 대상자를 근속 25년차 이상에서 근속 20년차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직지원금의 80%를 일시 지급하는 게 기존 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2000년 6월 이전에 입사한 직원은 모두 새로운 공로휴직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제도는 겸업이 불가능하고 휴직이 끝나면 원 소속 부서로 복귀해야했지만 새 공로휴직 제도는 겸업이 가능하고 휴직 종료시 퇴직하는 게 원칙이다.

5월에는 현대해상이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해 신청자 80여명이 퇴사했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 2017년에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며 당시 7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같은 달 한화손해보험도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2년 연속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신청자 150여명의 직원이 퇴사했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33명의 직원을 내보낸 바 있다.

악사(AXA)손해보험도 2015년 이후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전·현직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근속연수에 18개월치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관리직 중 10여명 정도가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가 희망퇴직에 나서는 것은 초저금리로 장기 보험상품의 성장이 정체되는데다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치며 대면 영업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대면 영업 의존도 높은 생명보험업계에 인력 조정 '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은 설계사 영업 비중이 높은 곳이어서 코로나19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으로 안다"며 "내년에는 대면 영업 의존도가 높은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잇따를 것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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