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와처] "설현 백치미 표현 죄송"…설경구를 위한 변명

장영준 기자 승인 2017.08.29 12:39 의견 1

배우 설경구와 설현. (사진=(주)쇼박스)


 

[한국정경신문=장영준 기자] 배우 설경구가 후배인 설현에게 사과했다. "백치미"라는 표현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게 정말 그렇게 몇 번이고 고개 숙여 사과할 일인가. 절로 고개가 갸웃거렸다.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열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언론시사회 현장. 영화 상영이 끝나고 원신연 감독과 배우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설경구는 함께 호흡을 맞춘 설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설현은 순백의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이 떠올랐다. 이 친구는 백치같은 미가 있다. 좋은 의미다. 여배우가 백치같은 건 좋은 거다. 설현 씨는 그런 모습으로 오래 기억이 남을 것 같다."

'백치미'라는 단어의 뜻부터 짚고 넘어가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백치미는 '지능이 낮은 듯하고, 단순한 표정을 지닌 사람이 풍기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언뜻 상대방을 내리 깎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지만, '순수하다'는 의미로 더 자주 통용된다. 설경구 역시 후자의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

결국 설경구는 설현이 순백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그런 도화지같은 매력이 여배우로서 더욱 다양한 캐릭터들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려 했다. 김남길 역시 '백치미'라는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같은 의미로 설현을 칭찬했다.

김남길은 "비슷한 문맥인데, 설현은 되게 순수하다는 느낌이 많았다. 하얀색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무대 위 화려한 메이크업과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가 많았다면, 현장에서는 김설현이라는 배우 본연의 이미지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경구의 잘못이라면 의도와 달리 잘못 선택한 어휘에 있을 뿐이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 톱스타가 내뱉는 단어 하나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만약 그 지점을 문제삼는다면 설경구의 사과는 마땅한 일이다.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를 잡는 사람이라면 어휘 하나에도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설경구의 발언을 확대해석하고 불편하게 느낀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커졌다. 발언 자체가 아니라 그 발언에 담긴 의미를 과장해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확산한 것이다. 이 때문에 괜한 우려마저 불거졌다. 그 어떤 순수한 의도로 말을 하더라도 애써 불편함을 찾으려는 이들의 노력(?)은 언제든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아무리 어휘력이 좋아도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은 얼마든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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