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카드론∙대환대출..카드사, 건전성 관리 ‘초비상’
5월 말 카드론 잔액 40조원 돌파..두 달 연속 최고치 경신
고금리에 함께 늘어난 카드론 대환대출..1년 사이 40% 급증
카드업계, 부실 대출 증가에 건전성 경고등..카드론 쏠림 해소 시급
우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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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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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고금리·고물가에 은행 대출문턱이 높아지자 카드사 대출로 서민들의 발걸음이 몰리면서 지난달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돌파했다.
중·저신용자의 대환대출도 2조원에 근접해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이 40조5186억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4월 경신한 역대 최고치(39조9644억원)보다도 5542억원 증가한 것이다.
카드론은 신용카드사가 회원 본인의 신용도와 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카드론 잔액 증가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준을 높이자 대출이 불가능해진 중·저신용자가 복잡한 절차 없이 신용카드 인증만으로 가능한 카드론에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내려갔던 카드론 금리도 다시 올랐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33%로 4월과 비교해 0.07%포인트 증가했다. 3월 14.50%로 고점을 기록한 후 소폭 인하됐지만 다시 상승세로 전환된 것이다. 카드사별로 확인한 결과 롯데카드의 카드론 금리가 14.97%로 가장 높았고 삼성카드와 하나카드가 각각 14.83%와 14.44%로 뒤를 이었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 중·저신용 회원의 카드론 평균 금리도 전월 대비 0.16%포인트 오른 17.04%로 집계됐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이 증가하면서 약간의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일반 은행대출보다 금리는 높아 향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보인다.
카드론 잔액에 더해 상환능력 부족한 이들의 카드론 대환대출도 급증했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통해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해 다른 카드사의 카드론으로 해당 빚을 갚는 일종의 대출 돌려막기다.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신용을 유지하기 위해 빌린 급전인 만큼 카드사 입장에선 언제 갚을지 모르는 부실 대출로 평가된다.
BC카드를 제외한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달 말 대환대출 잔액은 1조9105억원으로 전월 대비 752억원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할 경우 5688억원 급증했다.
카드사 중 대환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국민카드다. 국민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대환대출 잔액은 4487억원으로 1년 새 1221억원 늘었다. 이어 우리카드가 2791억원, 롯데카드가 1897억원으로 대환대출 잔액이 많았다.
부실 대출 증가 영향으로 카드사의 연체율 부담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한 체 계속 커지고 있다.
실제 카드사들의 1분기 말 평균 연체율은 1.84%로 지난해 말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대환대출 채권과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나타낸 실질 연체율은 전업카드사 8곳 중 절반이 2%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 수준으로 여겨지는 2%마저 넘어서며 건전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지만 카드사 연체율은 카드론·대환대출 증가에 따라 2분기에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카드업계에선 건전성 관리를 위해 내부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저축은행을 비롯한 서민 대출 창구로 중저신용자의 대출이 분산돼야 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과 대환대출이 증가한 것은 은행과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여 발생한 풍선효과의 영향이 크다”며 “카드사들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지만 리스크 완화를 위해선 카드론 쏠림 현상 해소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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