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국내 제약기업들이 비만치료제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자체 임상에서 효과 검증을 마치면서 파이프라인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동아에스티 등은 최근 열린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GLP-1를 활용한 비만치료제 성과를 알렸다. 앞서 HK이노엔은 중국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임상 3상 단계를 마친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를 도입해 상업화 개발해 착수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련 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크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0%씩 성장해 2030년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확장되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염두에 두고 미리 시장 파이 선점을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현지시간 기준 2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클레이튼에 약 5조 6900억원을 투자해 CDMO 공장 증설한다고 알렸다.
이에 발맞춰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비만치료 물질 원료를 생산할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노보노디스크와 릴리의 매출은 비만치료제 원료인 GLP-1 원료 생산으로 전년대비 각각 31%, 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2022년 1700억원에서 2030년 약 7200억원 규모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ADA에서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이 비만치료제 성과를 알리면서 시장 확대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에 참가해 HM15275의 우수한 체중감량 효능과 차별화된 개발 전략을 확인한 비임상 연구 결과 4건을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HM15275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6월 중순부터 HM15275의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등록을 시작해 첫 투약을 완료했다.
HM15275 반복투약 때 기존 치료제들 보다 질적, 양적으로 모두 우수한 체중감소 효능을 확인했다. 또한 고혈압에 따른 심장 비대 및 심장 섬유화 증상에서 현존 치료제 보다 우수한 심장 보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도 알렸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올해 ADA 발표는 ‘차세대 비만 신약’을 국제 학회에서 처음 선보이며 비만치료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며 “연말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 HM15275에 이어 비(非)인크레틴 작용 기전의 신개념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기 동아에스티는 GLP-1 수용체와 Glucagon(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하는 DA-1726의 성과를 공개했다. DA-1726은 글로벌 임상 1상 파트1 단일용량상승시험, 파트2 다중용량상승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 종료될 예정이다.
비만 마우스 모델에서 DA-1726은 체중이 24.7% 감소했고 서보두타이드는 18.2% 감소했다. 체지방량은 DA-1726은 31.4% 감소했고 서보두타이드는 15.1% 감소했다. DA-1726은 서보두타이드 대비 상대적 제지방 유지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콜레스테롤은 DA-1726이 67.7% 감소, 서보두타이드는 49.6% 감소했으며, 중성지방(TG)은 DA-1726이 49.5% 줄었고 서부도타이드는 41.2% 감소했다. 혈당 면에서는 DA-1726이 54.7% 감소, 서보두타이드는 30.4% 감소하며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였다.
앞서 지난 5월 HK이노엔은 중국 바이오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에크노글루타이드(XW003)’의 국내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라이선스 및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번 계약으로 HK이노엔은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는다.
HK이노엔이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GLP-1 유사체다. 주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현재 중국에서 제2형 당뇨 및 비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중국과 호주에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혈당강하 및 체중감량 효과와 함께 안전성이 확인됐다.
HK이노엔은 이번 계약에 따라 에크노글루타이드에 대해 제2형 당뇨 및 비만 임상3상을 동시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론 머스트가 노보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를 다이어트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퍼지고 지난 3월 미국 FDA 승인까지 떨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활발하게 연구되는 비만치료제는 심혈관 질환과 콜레스테롤 억제 등 효능도 확인되면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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