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웃음도 눈물도 넘쳐나는 객석 행복합니다” 연극 '가벼운 스님들' 강애심·연운경

이슬기 기자 승인 2018.01.25 14:32 | 최종 수정 2021.08.02 08:53 의견 0
연극 '가벼운 스님들'에 출연 중인 배우 강애심(왼쪽)과 연운경을 만났다.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비구니들이 살아가는 사찰의 이야기다. 인간의 고뇌와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했던 이만희 작가의 작품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생각하면 또 한 번 묵직한 메시지가 극장을 관통하리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대는 말 그대로 가벼운 일상을 살아가는 스님들을 담고 있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코믹하기까지 하다. 사찰 봉국사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는 유쾌한 웃음을 객석에 전달한다. 삶에 대한 따뜻한 용기를 건네기도 한다. ‘가벼운 스님들’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배우 강애심과 연운경을 만났다.

Q. 이만희 작가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연운경(이하 연): 사실 저는 이만희 선생님의 광팬이에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을 보고 반해서 작품을 꼭 같이하고 싶다고 쫓아다녔죠. 이번 작품은 제가 강애심 배우랑 할 수 있는 2인극을 써달라고 부탁드렸던 게 시작이에요. 자본을 떠나 좋은 대본으로 좋은 배우와 좋은 연극을 하고 싶었거든요. 간곡히 부탁드려서 받은 작품이죠. 대본을 받아 보니 여섯 명이 나와 놀랐지만요. 그래도 연극이 잘 나와서 다행이란 생각을 해요.(웃음)

강애심(이하 강): 저도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이 감사했어요. 연운경 선배님이 저와 2인극을 하고 싶다 말해주신 것도 영광이었죠. 대본을 받고 거의 8년 가까이 올라오지 못했어요. 투자도 그렇고 제작자, 연출 등 여러 고비가 있었죠. 공연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Q. 대본을 받았을 땐 어땠나요. 어떤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강: 사실 저는 약간의 실망감이 있었어요. 이만희 선생님의 작품에는 인생의 깊은 사유가 불교적인 색으로 표현되는 매력이 있잖아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공연을 저도 참여했었는데 딱 두 씬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아 이런 공연이면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작품도 그런 묵직한 작품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코미디 작품인 거예요.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죠.

연: 선생님 대본은 글로 읽을 때는 쉽고 재미있어요. 하지만 막상 생명을 불어넣을 때는 너무 어렵죠. 2인극이 아니라 당황했지만 젊은이들도 좋아할 수 있는 연극이란 생각을 했어요. 희곡 안에 담긴 숨겨진 메시지들을 자신 있게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최용훈 연출님이 많은 부분에서 저희를 이끌어 주셨어요.

연극 '가벼운 스님들' 공연 사진 (자료=코드이엔)

Q. 지월스님과 우남스님 캐릭터를 맡았어요. 어떤 캐릭터인지 소개해주세요.

연: 다행히도 이만희 선생님은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아 놓고 글을 써주시는 분이세요. 대본에 모든 게 나와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맡은 지월이 캐릭터는 좀 영웅 같은 캐릭터에요.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고 해결하기도 하죠. 사실 현실에는 이런 인물이 없잖아요. 문제가 생겼을 때 바른 소리를 가감 없이 할 수 있는 그런 정신적인 스승 같은 사람이 오늘날에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봐요. 그런 바람이 깃든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강: 제가 맡은 우남 스님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후에 출가했어요. 생활인으로 살다가 산전수전 다 겪고 출가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새롭게 도를 얻겠다는 의지가 순수하게 느껴졌고 마음에 들었어요. 관객들도 그 순수함에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지 않나 싶어요.

Q. 모든 캐릭터가 다채로운 웃음을 주는 작품이란 생각을 해요. 또 어떤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있나요?

연: 제 역할이 하는 모든 대사가 울림으로 다가간다는 말을 들었어요. 보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본다고 해서 다 보이는 게 아니다. 이런 불교 철학이 담긴 대사를 제가 많이 하거든요. 그만큼 우리 일상에도 이런 말들이 공감되는 순간이 많은 거 같아요. 위로될 수도 있고 힘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거 같아요.

강: 저는 객석이 공연의 반을 완성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그때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코미디가 더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믿는 게 있다면 대본이 가진 힘이에요. 계속 웃기기만 하는 극은 아니거든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용기나 믿음. 옆에 있는 사람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들도 분명 깃들어 있어요. 그런 부분을 봐주시면 또 감사하죠.

Q. 연륜 있는 여성 배우들이 모여서 극을 이끄는 점도 시선을 끌어요.

연: 맞아요. 여자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극이 많지는 않죠. 다행히 다들 너무 친한 사람들이고 워낙 오래 봐온 사람들이라 잘 꾸려온 거 같아요. 다들 너무 배려해서 탈이죠. 다른 누군가를 지적하기보다 모두 자기 인물에 푹 빠져서 숙성을 시키는 과정이 있었던 거 같아요.

강: 배우 간의 가장 좋은 호흡은 서로를 믿어주는 거예요. 극 중에서 싫어하는 캐릭터일지라도 연기를 할 때는 깊은 신뢰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하죠. 좋은 의견도 탄탄한 믿음에서 나올 수 있다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점점 더 여성 배우들이 리드하는 작품이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해요. 그리고 여성 배우들이 중심인 연극이 이슈가 되기 보다 일반적인 분위기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Q. 객석의 뜨거운 반응을 많이 체감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마지막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현재의 소감은요?

강: 마냥 가벼운 극이 아니라 불교적인 깊은 철학도 툭툭 튀어나오거든요. 그런 부분을 잘 봐주시는 것 같아 참 기분이 좋아요. 코미디 연극인데 눈물이 핑 돈다는 이야기도 듣고요. 우리 사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공감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연: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 중이에요. 오랜 시간 무대에 올리고 싶었던 작품이라 많이 기다렸거든요. 코미디 작품이라 쉽지는 않은데 또 그 안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우시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함께 공감해주시고 웃어주시고 울어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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