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중국의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재부각되고 있다.(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오히려 국내 화장품 기업의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이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입지가 좁아졌던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8년만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장품 업계 수혜가 예상된다. 최근 중국이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부양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이번 반사이익 가능성은 더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100%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한한령 해제 가능성은 가장 높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문화 개방을 통해 중국 내수 진작 효과도 얻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장품 업계 실적 반등 기대감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 내수시장 부진으로 시장 다각화를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높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 수출액 1위는 여전히 중국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25억 달러(한화 약 3조 5833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출액은 최근 3년간 감소세를 보이면서 수출 비중도 지난 2023년 32.8%에서 지난해 24.5%로 줄었다.
중국 시장 불안감에 시장 다각화 전략을 펼치면서 대미 수출액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전년대비 57% 증가한 19억 달러(한화 약 2조 7229억원)로 2위 시장이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강화 정책은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한한령 해제는 업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중국에서 더후를 중심으로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연간 매출은 2조 8506억원, 영업이익은 158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2%, 8.0% 증가했다.
올해 중국에서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한령 해제에 따른 실적 상승 흐름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던 중국법인의 구조조정이 지난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중국 법인의 채널 거래구조 변경 등으로 지난해 매출이 27% 줄었지만 한한령 해제 효과가 반영되면 올해 영업손실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업계는 한한령 해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이 강도 높은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기대감이 높지만, 중국이 경기 부양의지를 보여온 게 한두번이 아니므로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한령과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좁아진 중국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경쟁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주지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한령으로 화장품사들의 중국 실적이 망가지기 시작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100% 한한령 영향이라고 보기에는 무리 있다”며 “한한령이 해제된 이후 내수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시장 내 경쟁력 확보가 더해져야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설 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