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자료=한미약품)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최근 형제 측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가 한미사이언스 주식 일부를 매도하면서 대주주 연합 측 승기가 굳혀지고 있다.

1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3일 임종윤 사내이사의 보유 주식이 지11.79%에서 6.79%로 5% 줄었다고 밝혔다. 해당 주식은 장외매도로 한양정밀과 킬링턴 유한회사가 매수했다.

한양정밀은 4자연합의 신동국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다. 킬링턴 유한회사는 4자연합으로 합류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특수목적법인으로 설립한 회사로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사실상 임종윤 이사의 지분 5%는 4자연합 측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임종윤 이사 측도 해당 주식 매도에 대해 “경영권 안정화 및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임종윤 사내이사의 주식 매도를 두고 1년간 이어져온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임종윤 이사가 4자 연합(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에 주식을 넘기면서 화합을 위해 사실상 타협점을 찾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4자연합은 이번 5% 지분 확보를 통해 과반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서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굳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한미사이언스의 정기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4자연합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바탕으로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의 해임안을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대표이사 해임 안건은 주주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현재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은 친인척 특수관계자를 제외하고 신 회장이 21.92%(한영정밀 포함), 송 회장 4.54%, 임 부회장 7.57%, 라데팡스파트너스 약 7%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지분은 7.85%에 불과하다. 가현문화재단(3.01%), 임성기재단(3.07%)를 비롯해 국민연금도 송 회장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높다.

임종훈 대표 측에서는 최근 김영호 경영지원 상무의 이탈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과반을 확보해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김 상무는 IB업계 출신으로, 임종훈 대표가 경영권 분쟁의 트리거가 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외부 자금 조달을 책임지는 듯했지만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한 것이 확인됐다.

최근 한미사이언스의 실적 부진으로 소액주주들도 등을 돌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액 1조2836억원으로 전년대비 2.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손실보전금 비용 인식으로 인한 영업외비용 증가로 전년대비 19.30% 줄어든 1004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586억원으로 전년대비 49.1% 감소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아직 임종훈 대표이사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잇는 것으로 확인된다. 정기주주총회까지 소액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해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 내부에서는 임종훈 대표의 자진 사퇴를 희망하고 있지만 정기주주총회 결과까지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쪽이 내려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