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포함해 총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취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이 중 절반 이상이 현 경영진 체제에서 발생했다며 임종룡 회장을 직격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자료=연합뉴스)

4일 금융감독원은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전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우리금융을 비롯해 KB·NH농협금융과 신한금융투자, 토스뱅크 등이 대상이다.

금감원이 현장 검사를 통해 파악한 우리은행의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규모는 총 730억원이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해 8월 잠정 발표한 350억원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금감원은 이 중 451억원(61.8%)가 임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 취급된 것으로 파악했다. 전체 부당대출 중 338억원(46.3%)이 부실화됐고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대출 451억원 중에서는 123억원(27.3%)이 부실화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적발된 350억원 중 84.6%가 부실화된 점을 미뤄 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여신을 주도적으로 취급한 지역본부장 A씨가 퇴직 후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사에 재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A씨는 지점을 통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에 여신 42억7000만원(6건)을 취급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우리은행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중 987억원(61.5%)가 임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됐으며 전체 부당대출 1604억원 중 1229억원(76.6%)이 부실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우리은행의 온정적 징계, 대형 금융사고 미보고 등 금융사고 대응 부실도 문제 삼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시킨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데 그쳤다”며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미보고해 금감원 검사 및 검찰 수사가 지연됐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의 절차도 문제 삼았다. 동양·ABL생명 패키지 딜을 추진 중인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금융당국에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동일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사항 추진 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검사결과 나타난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법규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검사결과 후속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