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흘렸다. 최근 논란이 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은 물론, 은행 내부 파벌과 은행 점포 폐쇄,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비윤리적인 대출 관행까지 의원들의 난타가 이어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정무위 국감에서 임 회장은 “전임 회장 부당대출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전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내부통제 부실과 낙후된 기업문화를 들었다.
그는 “금융은 갈수록 복잡하고 디지털화해 가는 데 내부통제 시스템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윤리를 바탕으로 서야 될 기업문화가 아직까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이 두 가지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절벽에 서있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및 기업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와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엄격한 여신 관리 시스템과 견제·감독 조직 신설 계획을 밝혔다.
그는 “그룹사 전임원의 동의를 받아서 친인척에 대한 신용정보를 등록 시키겠다”며 “대출 취급 시에 처리지침도 마련을 하고 사후 적정성 검토 등 엄격한 관리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는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신설하겠다”며 “그 직속으로 외부 전문가가 수장으로 이끄는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감시 및 내부자 신고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내부 파벌 문제를 지적한 의원들이 많았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부당대출건이 외부에 밝혀진 게 내부자 제보에 의한 것이었고 또 일부 대출의 경우에는 담당 직원이 대출의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의 영향력으로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안다”며 “내부 파벌의 힘이 여전히 강력해서 우리금융 내부의 규정과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무력화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회장은 “우리은행은 통합은행의 성격 그리고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우리금융이 바로 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이후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윤리교육 강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며 “올바른 기업문화 정립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임 회장은 계열사에 대한 지주 회장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인사권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기도 한 회장의 권한과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합의제는 폐지해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부당대출 사건의 은폐·축소 의혹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과 이정문 의원의 질문에 대해 임 회장은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하려고 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당시 1차 조사 결과가 핵심 인물인 임모 본부장 중심으로 검사가 이루어졌고 다른 추가적인 대출이 없는지, 배임 등 위법 부당행위 증거를 명확히 찾기 위해 2차 검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했다”며 “그 와중에 금감원에서 검사가 들어오게 된 것으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좀 더 신속히 금감원에 필요한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 도입 이후 급감했던 점포 폐쇄가 올해 다시 늘었다. 올해 53건의 점포 폐쇄가 있었는데 그중 우리은행이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천 의원은 “반경 1km 이내에 점포를 통합할 경우 예외 규정을 둬서 폐쇄 절차를 생략하도록 하는 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실제 보고 내용에서는 940m라고 됐는데 현장 확인해 보니까 사실 1km 넘어 점포 폐쇄를 일방적으로 한 사례도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회장은 “금융이 점차 디지털화되면서 점포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은행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무엇보다 고객 편인을 우선 시 하고 금융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해당 사례에 대해서는 은행장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은행이 캄보디아 마이크로크레딧(서민금융) 회사를 상업은행(캄보디아 우리은행)으로 전환해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약탈적 금융 문제를 따져 물었다.
앞서 한겨레21은 우리은행이 캄보디아 현지 소액금융 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빈농에게 공격적 대출 권유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은 “농민들에게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라고 영업들을 해서 빚을 못 갚으면 농지를 매각해 농민들이 농지를 잃게 하는 문제가 캄보디아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은행이 캄보디아에 가서 빈민 구제은행을 인수해 오히려 고리사채 영업을 하는 셈이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임 회장은 “처음 듣는 얘기로 은행을 통해서 확인해보다”면서 “해외 현지에서도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유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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