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 드러난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 범행 전말
검찰,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조직적·구조적 범행 확인”..손 회장, 인사청탁·대출지시 가담
직원들, 부당 지시 반발했지만..상급자 감시·견제 통제장치 부재
후진적 인사시스템·강압적 폐쇄적 소통구조·통제장치 부재 등 원인
윤성균 기자
승인
2025.01.23 09:43 | 최종 수정 2025.01.23 10:3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검찰 수사 결과 우리은행 517억원 부당대출 사건이 전임 지주 회장과 임원들이 결탁한 ‘조직적·구조적’ 범행임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후진적 인사시스템과 강압적 폐쇄적 소통구조, 통제장치 부재 등이 불법대출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23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의 ‘우리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 결과 자료’를 보면 검찰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을 정점으로 친인척인 대출 브로커, 우리은행 부행장·본부장 등 고위 임원이 결탁한 조직적·구조적 대출비리라 규정했다.
검찰 수사 결과 손 전 회장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우리은행 전 여신부행장 성 모 씨와 처남 김 모 씨 등과 공모해 총 23회에 걸쳐 517억4500만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줬다.
대출 브로커 김씨가 OO금융센터에 대출을 신청하면 임모 센터장이 담당자들에게 지시해 대출 절차를 진행하고 성모 여신부행장은 지점에서 대출승인 신청이 오면 강모 중기업심사부장을 통해 대출 승인할 것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손위처남 김씨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 사이로 봤다. 2018년 은행 내부 임직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김씨가 브로커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되레 김씨의 인사청탁을 받아 성모 여신부행장과 임모 센터장이 대출이 필요한 핵심보직에 승진발령되도록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당시 은행장이 승진추천위원회 심사 결과 징계전력 등 객관적 인사 자료를 근거로 임씨를 본부장으로 승진시키지 않으려 했으나 손 전 회장이 수차례 걸쳐 압박했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인사전횡 외에도 성모 여신부행장과 임모 센터장에 직접 연락해 김씨가 요청하는 대출을 실행하도록 압박했다고 보고 있다. 손 전 회장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에도 성모 여신부행장에게 전화해 “형님을 잘 봐달라”라고 이야기한 사실도 있었다.
검찰은 이들의 위법한 업무수행을 감시·감독할 통제장치의 부재를 문제 삼았다.
은행 대출담당 직원들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반발해 대출 승인을 거부했지만 인사평가 및 인사권을 가진 상급자의 집요한 지시를 끝내 거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금융지주 회장의 독단적인 인사권 행사가 가능한 후진적 인사시스템, 은행 내부 강압적 상하관계와 폐쇄적인 소통구조, 내부비리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제장치 부재 등 우리은행의 폐단과 악습에 기인했다”고 짚었다.
우리금융은 손 전 회장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 조회공시를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고 검찰이 손 전 회장에 대해 불법대출과 관련해 배임혐의로 공소를 제기했다”며 “관련 기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향후 공소장 등 구체적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부당대출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룹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 감사위원회 산하에 윤리경영실을 신설했다. 그룹사 임원 감찰, 윤리정책 수립 및 전파, 내부자신고 제도 정책 수립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은행은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정보보호본부를 준법감시인 산하로 배치함으로써 내부통제 컨트롤타워 조직도 한층 고도화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