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난해 8월부터 우리금융그룹을 뒤흔든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의 결론이 반년 만에 나온다. 검찰이 512억원 상당의 불법대출 배임 혐의로 손 전 회장을 기소한 만큼 금융당국에서 파악한 부당대출 규모도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4일 금융지주 및 은행에 대한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우리금융을 비롯해 KB·NH농협·신한금융, 토스뱅크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진행된 여러 금융사의 검사 결과가 함께 공개되지만 업계 이목은 우리금융 검사 결과에 쏠린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조사를 위해 현장검사에 착수한 뒤 8월 재검사에 이어 10월 정기검사까지 약 5개월간 우리금융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당초 지난해 연말 발표될 예정이던 우리금융 검사 결과는 올해 1월, 다시 2월로 두 차례 연기됐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위법 행위를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 결과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총 616억원(42건) 대출이 실행됐다고 잠정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350억원(28건)이 부적정하게 취급됐고 269억원(19건)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말 해당 금융사고 금액으로 관련 여신 부실 금액인 164억5500만원으로 공시했다가 두 달 뒤 여신 잔액인 249억900만원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부당대출 피해액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지난달 21일 손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불법대출 규모를 517억4500만원(23건)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을 정점으로 해 친인척인 대출 브로커, 부행장·본부장 등 고위 임원이 결탁해 총 23회에 걸쳐 517억4500만원의 불법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중 83.7%인 약 433억원이 변제되지 못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지난달 31일 횡령·배임혐의 발생 공시와 관련해 검찰의 추가 기소를 반영해 횡령 혐의 발생금액을 증액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검찰이 성 모 전 부행장을 횡령 혐의로 기소했을 때 횡령 혐의 발생액을 154억9500만원으로 공시했다. 이번 정정 공시를 통해 배임 혐의액은 517억4500만원으로, 자기자본대비 혐의 발생 비율도 0.06%에서 0.19%로 상승했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혐의발생금액은 공소장에 기재된 금액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며 “추후 법원의 판결에 의해 변동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미 금감원 측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관련 검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추가 부당대출 다수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에 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현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며 “불법이나 위규 비리에는 무관용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불법 대출 실행 기간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이었다. 조 전 행장이 취임한 2023년 7월 이후부터 지난해 초까지 발생한 부당대출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추가로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 검사에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자본 비율과 자산건전성을 비롯해,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지배구조 등을 전반적으로 다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기검사 결과는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등 신사업 추진 시 자본비율 관리나 적정성 등에 있어 리스크가 없는지 금융당국이 판단하는 근거도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나서서 ‘매운 맛’을 언급한 만큼 검사 결과가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면서 “현 경영진이 연루됐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