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은행이 지난해 7조원 넘는 부실채권을 털어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매각 또는 상각으로 털어낸 부실채원이 7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작년에 7조1019억원어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다. 전년(5조4544억원) 대비 30.2% 많고 2022년(2조3013억원)과 비교해서는 3배 수준이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 매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은행들이 지표 관리를 위해 대규모 상·매각을 하면서,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한 달 전보다 다소 낮아졌다.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0.35%로 전월 대비 0.07%p 내렸다. NPL 비율 평균도 0.31%로 한 달 사이 0.07%p 하락했다.

다만 전년 동월과 비교해보면 연체율(0.29%→0.35%)과 NPL 비율(0.26%→0.31%) 평균 모두 상승세다. 새로운 부실 채권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은 11월 0.10%에서 12월 0.09%로 0.01%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전반적으로 은행권 연체율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떨어졌다가 다시 약 5년 전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로 내려갔다가 점차 상승해 지난해 11월 말 0.5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0.48%)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권은 당분간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건전성 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 인하를 멈추면서 한국은행도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진 탓에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환율 상승과 글로벌 경기 불안 등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당분간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