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약 2㎞까지 접근한 상태에서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기는 활주로 끝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한 후 잔해가 최대 200m까지 흩어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비행경로 및 비행 기록 중단 지점 (자료=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사고 발생 30일째인 전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예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사고 발생 30일 이내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관련국에 제출해야 하는 초기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항철위는 보고서를 미국, 프랑스, 태국에 제출했으며 홈페이지에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의 기록은 사고기 활주로 둔덕 충돌 4분 7초 전인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8분 50초에 중단됐다. 당시 항공기는 활주로 시작점에서 남쪽으로 약 2037m(1.1해리) 떨어진 바다 상공을 비행 중이었으며 속도는 시속 298㎞(161노트), 고도는 151m(498피트)로 낮아진 상태였다.

항철위는 조류 충돌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사고기 엔진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으나 정확한 충돌 시점과 조류 개체 수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기상 조건은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양호했다. 바람은 시속 3.7㎞(2노트), 시정은 9000m, 구름 높이는 1.37㎞(4,500피트)로 기록됐다.

사고기는 보잉 B737-800 기종(등록번호 HL8088)으로, 2009년 유럽의 라이언에어에서 처음 운항한 후 2017년 제주항공이 리스로 도입했다. 기장(45)은 총 6823시간의 비행 경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부기장(35)은 1650시간을 비행했다. 사고 직전 90일간 기장은 186시간, 부기장은 164시간을 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항공편(7C2216편)은 지난달 29일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중 발생했다.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 등 총 181명이 탑승 중이었으며, 이 중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항공기는 착륙 직전 조류 충돌로 인해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외치며 고도를 높이는 복행을 했다.

이후 01활주로 왼쪽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로 착륙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한 뒤 활주로에 맞춰서 접근했다. 활주로19에는 착륙기어 장치(랜딩기어)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했고 활주 중 활주로를 초과해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다.

충돌 후 화재와 폭발이 발생했으며 엔진은 둔덕에 묻히고 기체 전방 부위는 최대 200m까지 흩어졌다.

항철위는 조류 충돌, 엔진 분해 검사, 블랙박스 자료 분석, 관제 자료 검토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의 협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예비보고서는 사고 개요, 항공기 이력, 조종사 경력, 사고 현장 상황 등을 담고 있으나, 구체적인 문제 지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항철위 관계자는 “예비보고서에 수록된 정보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최종 보고서에는 오류가 수정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