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작년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전망..득될까 독될까

지난해 연간 합산 당기순익 17조 전망..전년 대비 13%↑
기준금리 인하에도 높은 대출 금리 유지..사상 최대 이자익
“주주환원 확대 안 할 이유 없어”..밸류업 계획 이행 탄력
이자익 시선 곱지 않은데..가산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 요구↑

윤성균 기자 승인 2025.01.24 11:08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실적이 사상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기반으로 4대 금융지주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상생금융 압박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초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하나금융이 4일, KB금융 5일, 신한금융 6일, 우리금융 7일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다음 달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자료=각사)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합산 당기순이익은 16조9194억원로 전망됐다. 지난 2023년 달성한 14조9682억원 대비 13.03% 늘어난 규모다.

KB금융은 사상 첫 5조 클럽 입성이 전망된다. 전년 대비 11.01% 증가한 5조660억원의 당기순익 달성이 예상되면서다. 신한금융은 이에 조금 못 미치는 4조8372억원을, 하나금융은 3조8614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둘 전망이다. 우리금융의 당기순익 전망치는 3조1548억원으로 4대 금융 중 가장 낮지만 전년 대비 20.10%의 압도적 성장률이 점쳐진다.

특히 4분기 4대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우리금융과 KB금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38.84%, 222.89% 증가한 수준의 당기순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27.59%, 26.47%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는 2023년 4분기 일회성 비용으로 인식된 상생금융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1년 전 KB금융이 상생금융 비용으로 2450억원, 신한금융이 2939억원, 하나금융이 2014억원, 우리금융이 1700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올해의 상생금융은 이자환급이 아닌 이자감면, 추가 대출지원 형태이기 때문에 비용 반영이 필요 없다.

1년 전 보수적으로 반영됐던 충당금 규모 역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이자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출 자산이 꾸준히 늘어난 데다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높은 대출 금리를 유지하며 이자마진 축소 영향을 상쇄할 전망이다.

지난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의 누적 이자이익은 31조207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조원가량 늘었다.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 달성에 기여한 비이자이익 성장세도 더욱 가파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크게 개선되고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등도 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 4대 금융지주의 누적 비이자이익 규모는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은 9조3160억원으로 전년 누적 5조9501억원에서 56.6% 급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사 4분기 실적은 기존 예상치를 더욱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트레이딩 관련익 발생 등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고 은행들도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파생부문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이자이익이 상당히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번 4분기 어닝시즌을 기점으로 4대 금융지주의 밸류업 모멘텀이 다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4대 금융지주는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달성 등을 골자로 한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변동성이 커지면서 자본 적정성 하락 우려가 제기됐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찾았다.

최정욱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 1)도 주주환원 확대에 필요한 자본 수준을 상회할 경우 은행들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확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이번 역대급 실적 발표를 계기로 상생금융 압박이 더 거세지는 것 아니냐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역대급 이자이익 달성을 언급하며 추가 민생 지원을 요청하면 거절하기 힘들어 진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6대 주요 은행장을 만나 “어려울 때일수록 도움이 절실할 텐데 원래 금융기관의 역할 자체가 기본적으로 지원 업무”라면서 “여러 가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방안들도 있는데 충실하게 잘 이행해 주고 서민들 소상공인 여러분들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주와 은행이 이자이익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다”며 “자칫 과도한 상생금융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