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바이오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그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R&D에서 위탁생산(CMO)으로 전환되고 있다. 故이건희 명예회장의 혜안으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탑-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진화하며 보여주는 ‘초격차’에 주목한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존 림 대표가 취임한 지 4년차다. 존 림 대표 취임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밸류업을 실현했다는 평가다.
2020년 1조 164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3조 694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28억원에서 1조 1137억원으로 4배 가까이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바이오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4공장 완공과 5공장 착공을 진행했고 위탁생산 중심에서 위탁개발을 추가한 CDMO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존 림 대표는 지난 2020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신임 사령탑에 부임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10주년을 맞이했고 새로운 10년을 위한 미래 비전이 필요했다.
부임 직후 존 림 대표는 “과거 10년은 사업을 안정화하고 생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생산 규모와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을 동시에 확대하는 다각화된 사업 확장을 통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외 함께 CMO·CDO·바이오시밀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동력으로 내걸고 ‘선제적 투자’를 약속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시한 3대 성장동력에서 ‘초격차’를 실현하고 있을까?
■ CMO에서 보인 ‘초격차’..CDO까지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됐다는 평가다. 현재 60만 리터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데 이어 내년 4월 완공을 앞둔 5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78.4만 리터 규모 생산도 가능하다.
올해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클라이언트는 글로벌 제약사 20곳 중 14곳에서 16곳으로 늘어났다. 올해 체결한 글로벌 제약사와 총 7건의 계약 중 6건은 고객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존 계약의 생산 물량 등을 늘린 증액 계약이다.
올해는 CDO 역량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 위탁개발(CDO)은 쉽게 말해 신약 개발 여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고객사의 후보 물질을 분석해 위험도를 측정하고 개발 단계별 전환이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맞춤형 개발 전략을 세워 빠른 타임라인 설정한다. 빠르게 상업화 준비를 마친 약물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역량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스케일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자사 CDO 타임라인은 평균 10~13개월로 경쟁사 대비 10개월을 단축할 수 있다.
이러한 CDMO 역량을 바탕으로 의약품 상업화 과정에 있어 파트너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업 관계를 구축하게 되고 장기간 파트너십을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O 사업 ‘초격차’ 실현은 올해 2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ADC(항체-약물 접합체) 치료제 개발 협업을 위한 계약으로 첫 걸음을 뗐다. ADC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포트폴리오 확장 측면에서 적극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올해 연말 준공을 목표로 ADC 전용 생산시설을 건설 중인 한편 지난 3월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독자적인 ADC 기술을 보유한 미국 소재 기업 브릭바이오에 투자했다.
CDO 역량을 강화하는 시기도 적절하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부터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의 생명공학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발의했다. 미국 의회는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안보위협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미국 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CDO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도 수주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주 개발부터 IND 신청, 상업화 생산 단계까지 고객사 니즈에 맞춘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레고켐바이오와 같은 국내 유망한 바이오테크와의 협업을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오시밀러, CDO로 비용 줄이고 CMO 스케일업 ‘시너지 기대’
3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언급한 바이오시밀러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2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에피스에 대한 독자적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신약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바이오시밀러란 오리지널과의 광범위한 비교 평가를 통해 동등성이 입증된 바이오의약품으로 일부 비활성 성분에서 사소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안전성, 순도, 효능 등의 측면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은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가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 규제 개정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수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 규제 개정이 확정될 경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개발이 활발해지고 약국 차원에서도 오리지널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쉽게 대체처방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달 2일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프로젝트명 SB17, 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미국에서만 7번째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 산도스와 피즈치바의 북미 및 유럽 판매를 위한 파트너십 계약 및 스텔라라의 오리지널사인 존슨 앤드 존슨과의 합의에 따라 내년 2월 22일부터 미국 시장 상용화도 가능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창사 이후 매출 1조를 처음으로 넘기며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본격적인 시너지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마일스톤(연구개발 수수료)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 역량으로 최소화하고 CMO로 스케일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계속 선점해 나가기 위해서는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바이오의약품의 수요와 공급 간의 격차를 줄이고 초격차 경쟁력을 달성해 글로벌 톱-티어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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