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바이오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그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R&D에서 위탁생산(CMO)으로 전환되고 있다. 故이건희 명예회장의 혜안으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탑-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진화하며 보여주는 ‘초격차’에 주목한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4637억원 규모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인 3조 5009억원의 40%를 초과하는 규모인 것은 물론 1분기 전체 수주량인 1조 2000억원보다도 많은 규모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60만 리터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데 이어 내년 4월 완공을 앞둔 5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78.4만 리터 규모 생산도 가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왜 기존 제약사들의 성장기조인 신약개발과 R&D가 아닌 CMO 사업 역량을 강화할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약사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후 그 약이 환자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바이오의약품의 원활한 생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바이오 산업이 제2의 파운드리만큼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자신 있는 제조·생산 역량을 활용한 셈이다.
故 이건희 회장은 당시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생산 시설에서 모든 약을 신속하게 생산하기 어렵고 자체 생산 역량이 부족하거나 생산 시설이 없는 글로벌 바이오테크나 제약사도 있기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CMO 시장 규모는 153억 2000만 달러(한화 약 21조 2381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올해는 175억 6000만 달러(한화 약 24조 3399억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바이오 CMO 산업은 연평균 15.9% 씩 성장해 2032년에는 573억 4000만 달러(한화 약 79조 4904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시장 전망에 발맞춰 2032년까지 132만 4000리터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로 만드는 만큼 제조 및 품질 관리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각국 규제 기관의 인허가 기준을 충족하고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에 맞는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동시에 시작된 CMO 확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4월 설립 이후 한 달만에 1공장 착공을 진행했다. 2012년 7월 1공장 착공이 완료된 이후 바로 BMS와 생산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글로벌 CMO 확장 시작을 알렸다.
본격적 CMO 사업 확장은 3공장이 완공된 2018년부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미국 FDA로부터 1공장 제조허가 승인을 받고 승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로 3공장 착공에 나섰다. 3공장은 총 18만 리터 규모를 갖추면고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 인증까지 획득했다.
3공장을 기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폭발적인 CMO 수주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2021년 코로나 시기 모더나를 비롯해 아스트레제네카,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따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안정적 생산과 공급을 위한 백신 완제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당시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자문 회사인 프로스트앤설리번 측은 “엔드 투 엔드 CDMO 서비스를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고객사들과 협업해 백신 및 치료제를 생산함으로써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완공된 4공장은 올해 2분기부터 램프업(공장 생산량 확대)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CMO 사업도 순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그래서 삼성바이오로직스 CMO는 뭐가 다른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자사 CMO 경쟁력으로 ‘엔드 투 엔드’를 강조한다. 엔드 투 엔드는 위탁개발(CDO)부터 위탁생산(CMO)으로 이어지는 삼상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 구조를 말한다. 위탁개발 영역에서는 세포주 개발부터 상업화 생산 단계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하고 60만 리터 규모 생산을 거친 뒤 무균 충전 및 마감 공정까지 이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이전’이다. 기술 이전이란 제약사가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의 제조 공정, 분석/시험 방법을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할 때도 의약품의 특성과 품질이 일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으로 제약사와 ‘동기화’ 하는 과정인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설비, 공정 절차, 사용하는 원료 등 의약품 생산현장의 온도부터 공정별 소요시간까지 약 180가지 이상의 요소를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이렇게 파악한 모든 차이는 문서로 기록되어 기술 이전 절차의 뼈대가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제약사와 CMO간 설비 옵션의 간극이 크면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기도 하고 초기에 필요한 원자재를 신속하게 조달해 리드타임을 최소화한다”며 “이후 위험요소 평가, 분석법 이전, 검증/밸리데이션 운전, 공정 특성화 연구를 거쳐 총 4차례 이상의 공정 성능 적격성 평가까지 통과하면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도입할 청사진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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