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과 반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시행중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추지와 달리 실수요자 위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외환 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더 강한 규제가 예고되면서 평범한 가구의 내 집마련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유력 대선 주자들 조차 이를 외면하고 있어 시장 악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DSR 규제완화와 충격을 상쇄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3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지역간 거래량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심사 시 실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로, 실질적인 대출 한도를 줄여 과도한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목적이다. 지난해 2월 ‘1단계’가 처음 시행됐고 같은 해 9월부터는 적용 범위와 강도가 강화된 2단계가 도입됐다. 오는 7월부터는 더 높은 규제의 3단계가 시행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를 보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2024년 3월~2024년 8월)과 시행 후(2024년 9월~2025년 2월)의 전국 거래량을 보면 수도권과 지방 모두 감소했다. 서울은 3만6781건에서 2만4356건으로 33.8% 줄었고, 경기도는 7만7671건에서 5만8882건(-24.2%), 인천은 1만8414건에서 1만2568건(-31.7%), 지방은 14만712건에서 12만6933건(-9.8%) 하락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1단계 대비 더욱 강화된 대출 심사 요건에 더해, 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령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러한 흐름에도 지난 3월 기준 자산가가 몰린 강남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용산구는 올해 2월 88건에서 3월 247건으로 180.7%가 증가했고, 같은기간 강남구는 331건에서 906건(173.7%), 서초구 252건에서 470건(86.5%), 송파구 389건에서 724건(86.1%)으로 크게 늘었다.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이 활발한 양천구도 173건에서 425건(145.7%)으로 늘었고, 동작구 212건에서 517건(143.9%), 마포구 227건에서 550건(142.7%) 등으로 집계됐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DSR 규제 상황에서도 자산가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내 집마련이 절실한 수요자보다는 자산가들만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상황에 업계에서는 차기 정부의 대책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대에만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등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을 비롯해 주택공급 확대를 내걸고 있지만 정작 DSR 규제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실수요자 중심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는 상황이 대출 규제에 막혀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미스매치인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사실 수도권 외에는 규제를 유지가 아닌 더 완화했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대출 한도에서 여유있는 부유층은 제한을 받지 않고 정말 내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정부의 유력 대선후보들조차 주택공급이라는 표면적인 정책만 던져놓고 정작 필요한 규제 해소에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평범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가구"라고 말했다.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수석(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의 대응은 ‘투기 억제’보다 ‘실수요 보호’에 맞춰야 하며 특히 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는 계층을 위한 핀셋 완화와 금융 유연성 확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