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대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후 네이버클라우드가 태국의 AI 기업과 손잡고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이 의장의 이사회 복귀 후 첫 해외 행보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면서 네이버의 글로벌 AI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이 퓨리(Jay Puri) 엔비디아 총괄 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자료=네이버)
■ 젠슨 황과 직접 회동.."소버린 AI 삼각편대"
네이버클라우드는 23일 태국의 AI·클라우드 플랫폼 기업 '시암 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및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대만에서 열린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 행사 'NCP 서밋'에서 진행됐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시암 AI가 각각 한국과 태국의 유일한 파트너로 참석했다.
양사는 올해 말까지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태국어 특화 LLM을 구축하고 태국 내 수요가 높은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헬스케어, 공공 서비스, 학술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식에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직접 참석해 동남아 소버린 AI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의장은 22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한 엔비디아 경영진과 만나 소버린 AI 등 주요 분야에서 양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소버린 AI 구축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다.
이번 시암 AI와의 협력도 그 결실이라고 네이버클라우드는 설명했다. 네이버-엔비디아-시암 AI로 이어지는 '소버린 AI 삼각편대'가 구축된 셈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소영 엔비디아코리아 대표, (통역사),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자료=네이버)
■ "소버린 AI 모델" 수출로 새 먹거리 창출..글로벌 AI 패권 도전
네이버는 이번 태국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소버린 AI'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의 언어와 문화, 법규에 맞춰 자체 개발·운영되는 AI 모델로 데이터 주권과 기술 독립성을 중시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개념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이번 협력은 단순히 LLM 구축을 넘어, 태국이 자국 내에서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과 통제권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독자적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국가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태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국으로 소버린 AI 사업을 확산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는 대만 최대 이동통신사인 중화텔레콤과도 별도 미팅을 갖고 대만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대만은 라인(LINE) 사용률이 90%에 달하는 네이버의 핵심 시장으로 AI 기술과 기존 플랫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다.
한편 이 의장과 최 대표는 다음 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가 주최하는 대규모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해 현지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네이버는 북미 중심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신규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도 추진하고 있어, 태국에서 실리콘밸리까지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동남아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특히 소버린 AI 모델을 수출 상품화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