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한동안 한화그룹의 '아픈손가락'으로 여겨졌던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 흑자 전환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12일 IB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945억원, 영업이익 303억원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매출 1조5992억원, 영업이익 1362억원을 달성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미국 주택용 에너지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은 결과로 케미칼 부문의 부진(영업손실 912억원)을 상쇄했다. 이러한 실적 개선에 힘입어 한화솔루션 주가는 지난해 말 1만5000원대에서 현재 3만원대로 2배가량 상승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 카터스빌 공장 전경 (자료=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윤안식 부사장은 "2분기에는 모듈 판가 상승 및 판매량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개발자산 매각 및 EPC 사업 매출은 2분기 4000억~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 관세 정책 변화, 한화솔루션에 호재로
한화솔루션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미국 태양광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저가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수입량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생산 기반 기업인 한화솔루션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그동안 중국이 '밀어내기' 식 우회 수출을 통해 저가 태양광 모듈을 수출하면서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재고는 2024년 6월 말 기준 약 41GW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재고가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미국 내 태양광 모듈 판매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2분기에도 추가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큐셀은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의 모듈 생산라인 건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카터스빌 공장은 한화큐셀이 구축한 미국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의 한 축이다. 이로써 연간 3.3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제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말 달튼 공장을 증설하며 모듈 생산능력을 종전 연 1.7GW에서 연 5.1GW로 늘린 바 있다. 이는 미국 내 약 13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가 동남아 4개국의 태양광 제품에 최대 3500%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미국 태양광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향후 실적 개선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호관세와 대중국 규제 강화에 따른 대대적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주로 수입에 의존하던 미국 내 태양광 제품 생산과 공급이 현저히 부족해진 상황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지난해 4월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한화솔루션)
■ '태양광 전도사' 김동관의 에너지 승부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2011년부터 한화그룹의 태양광 산업을 주도해왔다.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통합해 한화솔루션이 출범했을 때부터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태양광 전도사'로 불리기도 했던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은 태양광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비전 아래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카터스빌 공장의 모든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한화큐셀은 북미 지역에서 핵심적인 태양광 밸류체인을 모두 제조하는 유일한 기업이 될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모듈 제조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나 자본 투자, 그리드(Grid) 같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관심이 큰 주요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고부가가치 미국 태양광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 상업용 태양광 개발업체인 서밋 리지 에너지(SRE)와 오는 2027년까지 총 2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달튼 공장을 방문했을 때 발표한 1.2GW 규모의 모듈 공급 파트너십을 질적·양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솔루션이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한화솔루션의 목표주가를 2만9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31%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 상향 요인으로는 미국 모듈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전망치 상향과 관세 부과 최대 수혜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 역시 한화솔루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하며 목표주가를 3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모듈 재고를 고려했을 때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