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은 카누” 신사업 힘주는 동서식품, 정체 딛고 재도약 ‘시동’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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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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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내 조제커피 업계 1위 동서식품이 변화를 통해 ‘반전’을 꿈꾼다. 주요 사업인 믹스커피 브랜드 맥심·카누로 국내 커피 시장을 제패했지만, 커피의 소비문화가 다양해지면서 10년 간 성장 정체기에 빠져있다. 동서식품은 올해 경영 체제를 바꾸고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지난 2월 캡슐커피 브랜드 ‘카누 바리스타’를 론칭하고 홍보를 위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두 차례 진행했다. 팝업스토어는 성수와 이태원에서 진행됐는데, 지난 3~5월 운영된 성수 ‘카누 하우스’는 약 두 달간 누적 방문객이 6만명을 돌파했다. 이태원에 위치한 ‘맥심플랜트’에서 진행된 ‘카누 캡슐 라운지’는 지난달 말일 종료됐다.
동서식품이 캡슐커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동서식품은 지난 2011년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캡슐커피 브랜드 ‘타시모’를 선보였지만, 시장에 안착하지 못 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 문화가 확산하자 캡슐커피 시장이 특수를 입으며 성장했고, 동서식품은 이 사업을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국내 제조커피 시장은 코로나 이후 하락세다. 한국농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조제커피 시장은 2018년 이후 매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전체 커피 시장에서 조제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8512억원) 33%에서 2020년(7462억원) 27.5%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커피 시장은 5.5% 증가한 2조7179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조제커피 시장이 부진해진 동안 동서식품의 실적 역시 정체다. 동서식품은 지난 2011년 매출 1조5000억원대, 지난 2013년 영업이익 2000억원대를 돌파한 이후 약 10년여 간 이 구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연 매출은 1조615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1601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13%대에서 9%대로 쪼그라들었다.
동서식품은 캡슐커피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경영체제도 변화를 줬다. 동서식품은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10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김 대표는 ‘커피는 맥심’이라는 문구 등으로 맥심과 카누의 성공을 이끈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김 대표는 기존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캡슐커피 사업에 더욱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동서식품이 캡슐커피 사업 전개에 주력하면서 국내 커피 시장에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동서식품은 캡슐커피 제품만이 아닌 커피 머신도 선보인 터라 머신 보급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캡슐커피 시장은 네스프레소·돌체구스토 등 외국계 기업이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동서식품은 후발주자로 기존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타사기기와 호환이 가능한 캡슐을 운영하고 있다. 카누 바리스타에서는 캡슐커피 머신(2종)과 전용캡슐(8종)·타사기기 호환캡슐(6종) 등을 취급한다.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연이어 진행한 이유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자사 제품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카누 바리스타는 기술적인 차별화를 뒀다. 커피 머신에 특허 기술인 ‘트라이앵글 탬핑(Triangle Tamping)’을 적용해 커피를 추출 직전 단단하게 눌러주어 커피의 향미와 퀄리티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용 캡슐의 경우 기존 대부분의 캡슐커피 용량 대비 약 1.7배 많은 9.5g의 원두를 담았다. 커피 추출액을 내리는 노즐과 물이 나오는 노즐을 이원화해 아메리카노의 특성을 더욱 살렸다는 설명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현재 호환 캡슐과 전용캡슐 판매 비중은 6대4로, 호환캡슐의 판매량이 높지만, 머신 보급률을 생각하면 긍정적이다. 현재 전 방위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캡슐커피는 코로나라는 환경적인 영향으로 컸다면, 이제는 캡슐커피 시장의 특수가 끝났다고 본다. 그동안 시장을 살펴보며 캡슐커피 시장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점을 확인하고, 시장 자체를 키워보고자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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