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 ‘최소화’ 3천원 안쪽..수익성 악화로 난감해진 매일유업·남양유업

원유 가격 오는 10월부터 리터당 88원 인상
서울우유, 흰 우유 출고가 3% 올려..작년 대비 인상률 반토막
수익성 악화하는 유업계 '고심'..유업계 영업이익률 2~3% 수준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8.30 15:49 의견 0
대형마트에 진열된 흰 우유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올해 원윳값 인상에도 흰 우유 가격이 3000원을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올해 흰 우유 출고가 인상률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내 유업계는 수익성 부진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전날(29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0월부터 마시는 음용유 가격을 올린 1084원, 치즈·분유 등에 사용되는 가공유는 87원 인상한 887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음용용 원윳값이 리터당 49원 오른 것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날 서울우유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출고가 인상 수준을 3%로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농협 하나로마트도 소비자 물가 안정과 우유 소비량 증대를 위해 전국 매장에서 흰 우유 1팩(900ml~1L) 가격을 2980원 이하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통상 소비자 가격은 제조사의 출고가를 토대로 유통사가 마진을 붙여 책정한다. 출고가가 오르면 유통사도 소비자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데, 유통사가 마진율을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 소비자 가격 인상 폭이 결정되는 셈이다. 즉 제조사가 출고가 인상률을 줄이고도 유통사가 마진을 낮춰야 소비자 가격 인상이 최소화할 수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서울우유 1L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2000원대 후반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 가격은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가 정하기 때문에 마진을 높이면 3000원을 넘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납품가에 대비해 인상된 수준이 유통사에서 흰 우유 소비자 가격 3000원을 넘길 수준으로 책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성태 농협경제지주 대표는 “농협하나로마트는 전체 소매우유 시장의 약 11%를 점유하는 주요 판매처 중 하나”라며 “흰우유 대표 품목의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가계 부담을 줄이고 우유 소비를 활성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흰 우유 가격 인상의 상한선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내 유업계는 난감한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원윳값 인상 폭 결정 전 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요청을 전달한 바 있다. 원재료인 원유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기업이 감내하라는 의미다.

서울우유가 인상폭 최소화를 밝힌 상황에서 매일유업·남양유업 등은 원윳값 인상분을 흰 우유 가격에 전부 반영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의 경우 원윳값이 리터당 49원 인상되자 서울우유는 흰 우유 가격을 6.6%, 매일유업은 9.6%, 남양유업은 8%가량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원윳값 인상 폭이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서울우유는 작년 인상 폭을 절반 수준인 3%로 정했다.

매일유업·남양유업 등 유업계는 흰 우유 출고가 인상폭을 논의 중이다. 다만 유업계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만큼 전체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흰 우유 값 인상에 제약이 있다는 점은 부담이 크다. 서울우유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2.2%, 매일유업은 3.8%에 그쳤다. 남양유업은 작년 동기보다 적자 폭은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에 빠져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률은 논의 중이나 다각도로 최소화 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서울우유가 출고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업계 분위기도 이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동참하지만, 현재 유업계의 상황이 어려운 건 변함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가 출고가 최소화에 대해서 발표했지만 관련 정보가 전달된 상태는 아니다. 향후 소비자 가격은 논의를 통해 조정될 것”이라며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유통업체로서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우윳값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조에 맞춰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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