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가 다툼이 반 년 넘도록 지속되는 가운데 쿠팡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1위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 ‘갑질’을 주장하면서 양 사 간의 갈등 골이 깊어지고 있다. 쿠팡은 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 시장 진입 및 성장을 견제해 중소업체의 화장품 납품·거래를 방해했다는 입장이지만, 올리브영은 해당 사실이 없다고 공언했다.
■ ‘시장 지배력’ 공정위 조사 받고 있는 올리브영, 갑질일까
쿠팡은 지난 24일 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중소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쿠팡에 납품을 금지하거나 납품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자에게 배타적인 거래를 강요했다고 알려졌다.
쿠팡은 공정위 신고서에 “CJ올리브영 상품의 80%는 국내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수급하고 있는데,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며 “CJ올리브영이 쿠팡을 뷰티 시장에 진출한 시점부터 직접적인 경쟁사업자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방해 행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CJ올리브영은 이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다. 앞서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랄라블라·롭스 등 경쟁사에 상품 공급을 방해한 혐의를 포착해 이르면 8월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지위가 인정되면 거액의 과징금이 불가피하다.
관건은 올리브영의 ‘우월적 지위’ 성립 여부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특정 시장에서 한 회사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력을 갖췄다고 본다. 올해 1분기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H&B 시장점유율은 71.3%로 독보적인 1위다.
그러나 올리브영의 뷰티 시장 영향력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오프 유통 채널로 확장하면, 올리브영의 점유율은 떨어진다. 현재 온라인 뷰티 시장의 경우 뚜렷한 강자 없이 여러 유통 채널이 시장을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업계가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어서는 유통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쿠팡과 CJ계열사의 연이은 갈등, 그룹 ‘전면전’ 번지나
CJ올리브영은 공식적으로 “쿠팡에 납품업체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보면 쿠팡의 규모가 더욱 크다는 점에서 내부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다만 ‘갑질’ 프레임을 뒤집어쓴 올리브영은 향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또 다른 조사 여부 및 과징금 결과 등에 따라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의 ‘햇반’ 납품가 갈등이 양 그룹 간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즉석밥 등 납품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쿠팡은 햇반이 빠진 자리에 중소·중견기업의 제품을 채웠고, CJ제일제당은 신세계·네이버·컬리 등 다른 유통사와 손잡고 쿠팡을 견제하고 있다.
기존의 햇반 갈등이 유통사·제조사 간의 다툼이라면, 이번에는 온·오프라인 유통사 간의 신경전이다. 쿠팡이 최근 ‘로켓럭셔리’ 등 뷰티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등을 제공하는 올리브영과 사업 영역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유통 시장에서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온 쿠팡이 식품에 이어 뷰티 영역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쿠팡에 입점을 중단한 CJ제일제당·LG생활건강 등 일부 대형 제조사가 다른 유통사와 협업하면서 ‘반(反)쿠팡’ 전선이 형성됐다는 분위기도 지배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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