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KT 지배구조에 쏠리는 눈

30일 임시 주총 개최…인선작업 속도전
차기 KT 리더십 결정하는 분수령 전망
TF, 7월초 CEO 선임 절차 착수 유력
‘ICT전문’→‘산업전문’ 일부 잡음 과제

김명신 기자 승인 2023.06.12 11:39 | 최종 수정 2023.06.21 15:43 의견 0
(사진=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속도를 낸다. 최근 7인 사외이사 추천을 완료한 KT는 넉 달 넘게 최고경영자 공백 사태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안을 둘러싸고 이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CEO 선임 절차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KT가 내놓은 CEO 자격요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뺀 것 역시 공백 사태를 조기 마무리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사외이사 후보자 7명 명단과 지배구조 개선안(정관 개정안)을 확정했다. KT 공시에 따르면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의 골자는 현직 CEO의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요건을 개선한 부분이다. 외부 전문기관과 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 기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합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전원 사외이사)로 변경, 현직 CEO 연임우선심사 제도 폐지와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요건 개선, 기존 사내이사 수 축소(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경영 감독 강화), 대표이사 1인 중심 경영 체계 전환(책임 강화) 등이다.

KT에 따르면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표명할 경우 신규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와 동일하게 다른 사내외 후보들과 같이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요건을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변경한다.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기존 보통결의(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 조정해 대표이사 후보자의 선임 정당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내부 참호 구축 및 외부 낙하산을 방지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연임 후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의결 참여 주식의 2/3이상 찬성)를 통해서만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고 KT는 밝혔다.

■ 임시 주총, 차기 리더십 결정 분수령…낙하산 인사 우려 등 일부 잡음

KT는 오는 30일 임시 주총을 통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안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KT가 7월말까지 차기 CEO 후보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새로운 이사진은 주총 승인 직후 바뀐 정관에 따라 신임 CEO 인선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두 차례나 CEO 후보자가 사퇴하는 일을 겪은 만큼 공백 최소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앞서 KT 이사회는 구현모 전 대표에 이어 윤경림 전 사장을 대표 후보로 지명했지만 일부 정치권의 압박에 중도 사퇴했다. 이번 정관 개정안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정부 눈치 보기에 따른 필요 이상의 개정안’이라는 시각을 내놓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을 염두한 우려의 시선이다.

또한 기존 KT CEO 자격요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 배제’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 주총에는 대표이사 자격요건 규정을 변경하는 안건도 상정된다. 앞서 KT는 2018년 개정한 정관에서 대표이사 조건에 ‘경영 경제에 관한 지식 또한 경영 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로 정했으며,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기업 경영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 경영 실적, 경영 기간 등’과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펑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기업 경험과 ICT 전문성을 요구했던 전례와 달리 KT는 회사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의 개선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KT의 본업이 ICT이고 비통신 사업도 ICT가 근본인 만큼 그룹을 이끌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통신 비전문가 CEO’도 열려 있는 만큼 정치권 낙하산 인사 추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KT 측은 사업 영역이 IT 융합으로 확장됨에 따라 CEO 후보군의 산업 전반 전문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KT가 ‘산업 전문성’을 명시한 배경에는 그룹사들의 확대와 맞물려 있다. KT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총 52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이 통신 뿐만 아니라 금융(BC카드, 케이뱅크), 부동산(KT에스테이트), 미디어콘텐츠(KT스튜디오지니, 지니뮤직, 스토리위즈, 밀리의서재), 전략투자조합 등 전방위로 분야가 확대되는 만큼 각 계열사들의 사업 이해와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안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KT는 최근 몇 년간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며 디지털 기업(디지코)으로의 체질 개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관 개정이 정보통신 전문에서 산업 전반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회사의 의지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이유다.

(사진=KT)


KT는 또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 7인을 둘러싼 일부 잡음도 의식해야 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7명은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등으로 박근혜 정부 때 미래부 장관을 지낸 최양희 총장과 이명박 정부 시절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등이 사외이사 후보에 포함된 것을 둘러싸고 일부 ‘정치적 성향’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치색이 크지 않은 인물’이라는 시각이다. 산업 전반 다양한 전문가들로 균형 있는 인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후보자 중 3인은 주주 추천으로 구성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KT 차기 CEO 결정이 속도를 내면서 이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월 KT CEO 경쟁에서 막판까지 거론됐던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을 비롯해 신수정 KT 부사장, 임헌문 전 KT Mass 총괄(사장) 등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KT 거버넌스 개혁작업에 관한 평가보고서를 통해 “소액주주연대 등 KT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낙하산 인사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3대 주주 등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인정받는 내부 인사 중 신임 CEO를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개방적 CEO 선임 가능성(사외 인사의 경우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 주주 추천)도 언급한 만큼 민간기업으로서 KT 지분을 가장 많이(7.79%)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출신 임원의 도전 여부 등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군에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신임 사외이사 구성, 정관 개정안을 마련한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는 8월 말 차기 CEO 승인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앞서 KT는 지난 4월 17일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로 ‘TF’를 구성해 향후 5개월 간 신임 대표이사 선임 절차 조속화, 이사회 역할 점검 등 지배구조 개선안 도출 등에 주력할 계획을 밝혔다.

KT 관계자는 “사외이사 추천의 경우, 정당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TF가 구축됐고 외부 추천인데다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선임과 관련해 회사 측에서 공식 입장을 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일부 정치 성향을 둘러싼 시선에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CEO 조건 변경에 대한 지적에는 “KT는 텔코(통신사업) 뿐만 아니라 디지코 사업으로 실적도 내고 있다. 그룹이 보유한 계열사 전반으로 금융, 미디어, 부동산 등 융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격요건 중 ‘ICT’를 뺀다고 해서 그것을 배제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ICT 전문성에서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으로 요건을 확대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F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이어 대표이사 선임 관련 추천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신임 사외이사와 CEO가 확정되면 역할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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