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할 수 없다"..매일유업, 매년 두번 멈추는 분유공장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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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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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매일유업은 일 년에 두 차례 분유 생산 전 공정을 중단하고 기계를 세정한다. 국내 기업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특수 분유’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 특수 분유는 선천적으로 신진대사에 이상이 있는 환아들을 위한 제품이다. 수익보다 손실이 크지만 매일유업은 지난 1999년부터 23년째 분유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 "이윤보다 공익"..매일유업 김복용 선대회장의 이념 담긴 특수 분유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
매일유업의 특수 분유 ‘앱솔루트’ 생산에는 고(故) 김복용 창업 회장의 이 같은 이념이 담겼다. 김복용 회장은 우연히 대사 장애를 가져 분유를 먹지 못하는 환아를 보고 특수 분유 제작을 사측에 제안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효소나 보조효소가 부족해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정상적인 최종 물질이 생성되지 않아 결핍 증상이 나타나고 불필요한 물질이 축적돼 지능 장애와 같은 과잉 증상을 일으킨다. 대사 결함마다 질환의 범주도 증상 및 치료 방법도 다르다. 특히 일반식은 물론 모유 소화가 어려운 경우도 있어 엄격한 식이관리가 필요한 까다로운 질환이다.
특수 분유의 제작 역시 까다롭다. 증상별로 20가지 원료를 해외에서 구매해 추가해야 하고 생산 시 일반 분유 공정을 멈추고 기계 세정 및 충전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일반 분유 4만 캔을 생산하는 시간에 특수 분유 3만5000캔을 만들 수 있다.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수작업도 동반한다. 시장은 작지만 투자비용은 크다. 수익보다 손실이 큰 사업인 셈이다.
현재 매일유업은 지난 2017년 추가로 개발한 2단계 제품 2종을 포함해 현재 8종 12개 제품을 운영 중이다. 2단계 제품은 4세 이상 환아를 위해 특수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 기존의 0~3세 환아를 위한 1단계 제품에서 연령층을 확장해 제품군을 보강했다. 그동안 단백질 섭취에 어려움을 겪었던 4세 이상 환아들의 건강관리에 더욱 도움을 주고 있다.
제품 구매 방법은 두 가지다. 환아의 부모가 지역 보건소에 신청을 하면 매일유업이 인구보건복지협회를 통해 공급한다. 이 경우 제품 값은 인협에서 결재한다. 가격은 수입제품 대비 50% 이상 저렴하다. 또 20세 이상 환아 개인이 매일유업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단 정부의 제품 지원은 만 20세까지다.
■ 수익금이 다시 기부금으로..환아 가족 위한 사회환원 '진행 중'
매일유업 선대 회장의 공익을 위한 이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대중에 알리고 후원하는 등 환아의 가족을 돕는 일도 앞장서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3년부터 질환 특성상 외식이 어려운 환아와 그 가족을 위해 맞춤형 레시피로 만든 특별 식사를 제공하는 ‘하트밀(Heart Meal)’ 만찬 행사를 진행했다. 하트밀은 하트와 밀의 합성어로 음식을 통해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모임이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 2020년부터 하트밀 박스에 집중했다.
지난 15일부터 진행되는 2022년 하트밀 캠페인에서는 하트밀 굿즈를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으로 하트밀 박스를 구성해 약 100여명의 환아에게 선물했다. 하트밀 박스에는 환아들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과 따뜻한 겨울을 위한 선물이 담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희귀질환인 만큼 국내에서 아직 인식이나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환아들을 위한 식품들을 구하기도 어렵다”며 “앞으로도 매일유업은 모든 아이들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특수 유아식 생산과 더불어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을 높이기 위한 하트밀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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