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자체브랜드로 수익성↑..공정성·투명성 논란은 여전히 ‘숙제’

PB상품, 유통사와 제조사의 '윈-윈 전략'
플랫폼 우위, 조작·데이터 활용 의혹은 우려

김제영 기자 승인 2021.12.14 16:05 의견 1
쿠팡 식품 PB브랜드 곰곰 [자료=쿠팡 화면 캡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언젠가부터 쿠팡 식품 코너에서 유독 눈에 띠는 브랜드가 생겼다. ‘곰곰’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다. 자주 보인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해당 브랜드는 같은 상품군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포진하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2종을 추가해 현재 총 14종의 자체브랜드(PB)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생활용품 PB브랜드 ‘탐사’를 시작으로 식품·생활용품부터 생활가전·패션까지 생활 전반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PB사업부를 분할해 독립법인 ‘CPLB’를 출범했다. 현재 쿠팡 Only 브랜드 관도 함께 운영 중이다.

CPLB의 성적은 우수하다. CPLB는 설립 반년 만인 지난해 매출 1331억원과 영업이익 19억원 흑자를 거뒀다. 코로나 이후 이커머스 수요가 크게 늘어 PB상품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 PB브랜드의 정착과 함께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쿠팡이 PB브랜드를 키우는 이유도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PB상품은 유통사와 제조사의 합작이다. 중간 유통단계가 줄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중간 마진이 없어 수익성과 효율성도 높은 편이다. 유통사와 제조사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PB상품은 단순 가성비 상품을 넘어 소비자를 유인하는 미끼상품으로 상품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이마트 노브랜드다. 과거 PB상품은 저렴한 가격에 저렴한 품질이라는 인식으로 재구매율이 높지 않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춘 품질과 가격으로 PB시장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연매출 1조원 이상과 연간 흑자 198억원을 달성했다. 이마트는 최근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전문점 사업 재편에 나섰다.

쿠팡 PB브랜드 [자료=쿠팡 화면 캡쳐]

쿠팡 역시 PB브랜드에 힘을 주고 있다. 쿠팡은 책임경영과 전문성을 위해 총 5명의 각자 대표를 선임했다. 미넷 벨린건 스토만 PB 사업 총괄, 박정복 식품 안전 담당, 피셔 피터 제임스 인사 노무 관리 담당, 허찬우 화장품 담당, 임윤택 생산운영 및 안전관리 대표 5인 체제로 운영된다. 미국 아마존, CJ제일제당 등 동종업계 출신 대표를 선임해 브랜드 강화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수익성 제고는 필수 과제다. 적자로 몸집을 불려온 이커머스 기업 입장에서 성공적인 PB상품은 새로운 수익 창구인 셈이다. 쿠팡과 함께 마켓컬리·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PB상품에 힘을 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마켓컬리가 지난해 내놓은 PB브랜드 컬리스는 매달 평균 10%씩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230여개의 PB제품이 매출의 70%를 차지해 PB상품 수혜를 크게 받는 기업이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플랫폼 기업의 절대 우위에 따른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다. 앞서 쿠팡은 다른 납품업체 상품보다 자사 브랜드를 우선 노출한다는 알고리즘 조작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네이버가 자사 제휴 상품을 최상단에 노출했다는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기업이 자체 상품 제작에 입점 업체의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조정거래조정원 권영관 전문가는 “PB상품은 우월적인 상품성으로 대규모 유통업체의 지위 강화와 함께 경쟁업체와의 차별 수단으로서 지속 확대될 수 있다”며 “대규모 유통업체의 힘이 강화돼 공정거래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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