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1주년/산업계 ESG 경영시대①] '존경받는 기업'의 선택 아닌 필수

오수진 기자 승인 2021.05.18 07:45 | 최종 수정 2022.05.23 17:08 의견 0
대전 하수처리장 조감도 [자료=한화]

[한국정경신문=오수진 기자] 산업계가 ‘ESG’에 사활을 걸었다. 생소했던 ESG가 이제 경영에서 필수 요소로 대두돼 기업들이 하나둘씩 ‘ESG 경영’ 선언을 하는 모양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ESG에 기업의 생존이 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ESG가 이제는 기업과 따로 떨어져 적당히 돈 버는 용도로 포장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 ‘ESG’가 대체 뭐길래?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ESG의 실효성에 갖고 있다. 대체 ESG가 뭐길래 국내외 기업들이 경영요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보이는 데도 '목숨'을 거냐는 것이다.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앞글자만 딴 단어다. 각각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하며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의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에서 그 수익을 ‘어떻게’ 얻었는지로 관점이 바뀐 것이다.

환경에서는 기후변화·자연자원·환경오염·쓰레기 등을, 사회에서는 인적자본·지역사회 공헌 등을 본다. 그리고 지배구조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 등을 평가한다.

금융위원회의 ESG 국제동향 및 국내 시사점에 따르면 ESG는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 개념의 진화 과정에서 나왔다. 지속가능금융이란 기업들이 각종 비용을 감수하면서 사회에 혜택을 제공하는 자발적 행위를 의미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 금융에 대한 반성에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지속가능금융’의 공감대가 확산됐다.

2010년대 초반에서는 ‘사회적 금융’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금융’ 논의가 전개됐으며 최근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으로 환경 논의가 부각되면서 ESG 개념이 정립됐다.

이전 전통적 금융이 신용, 시장, 운영리스크 등 전통적인 금융리스크를 고려했다면 ESG는 기업의 지배구조,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해 재무적 수익성을 연계시킨다.

■ ESG 경영, 선택 아닌 필수

이제 기업들에게 ‘ESG 경영’은 숙명이 됐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ESG 지표를 중요하게 보고 이에 반하는 기업들은 갈수록 투자받기 힘들어졌다.

유럽연합(EU)만 보더라도 ESG 지수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평가가 좋지 않은 기업들을 제재한다.

EU는 지난 3월부터 금융기관에게 투자나 상품과 관련된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지속가능금융공시 제도(SFDR)’을 시작했다. 올해 역내 모든 금융회사는 의무적으로 ESG를 공시해야 한다.

국내 국민연금공단도 해외 연기금처럼 적극적인 ESG 투자를 펼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기후변화, 자원문제 해결 등 조합적인 국가 발전전략을 공동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2019년 ‘책임투자활성화 방안’ 공개에 이어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확대 중이다.

지난 2월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 기업들의 잇단 ‘ESG’ 선언

시대의 흐름에 맞춰 최근 기업들은 ‘ESG 경영’을 선언할 뿐만 아니라 ESG위원회까지 신설하고 있다. 한달 새 위원회를 설치한 대기업은 20개 육박한다고 한다.

ESG위원회는 ESG를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3월 ㈜한화는 'ESG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ESG 평가는 대외적으로 국내외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ESG경영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것에 맞춰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며 “ESG 활동 내실화와 글로벌 ESG 기준 충족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를 위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환경에서 에너지·온실가스 등 친환경 정책 활동을, 사회에서는 공정거래·상생경영 등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한 활동을 한다. 지배구조에서는 주주가치제고, 이사회 등 지배 구조 관련 활동을 하며 컴플라이언스에서는 사내 준법활동 실적 및 준법 경영정책 관련 활동을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28일 ‘ESG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ESG거버넌스는 의사결정 체계를 의미하며 총 9개 계열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한다.

최근에는 상장사 3개사(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와 비상장 2개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5개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와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오일뱅크, 현대에너지솔루션 등도 순차적으로 도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가삼현 사장(CSO)은 “우리 그룹은 미래세대를 위해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ESG경영 강화를 통해 주주, 고객, 투자자 등을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OIL도 지난 12일 사내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에서는 전략관리총괄 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 경영전략본부장, 관리·대외부문장, 안전환경부문장, 공장혁신·조정부문장, Treasurer, 준법지원인 등 7명으로 구성됐다.

분기마다 정례회의를 열어 ESG 경영활동에 대한 논의·평가·심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S-OIL 관계자는 “현장 부서도 참여해 실효성을 높이고 유관 부서 간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출범했다”며 “ESG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해서 CEO의 책임경영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