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네이버 노동조합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물러났던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복귀에 반대하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19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최 전 COO의 복귀 반대 피케팅을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 사옥 1784 (자료=네이버)

이번 총투표는 2018년 노조 설립 이후 임금·단체 교섭 외 사안으로는 처음 실시되는 것으로 노조의 강력한 반발 의지를 보여준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CEO 직속으로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초대 대표로 최 전 COO를 내정했다. 이 부문은 헬스케어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인도·스페인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네이버 측은 "최 대표가 창립 초기부터 개발 경영진으로 합류해 개발부터 서비스 운영, 비즈니스, 경영까지 제반 분야에서 폭넓은 성공 경험과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며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최 전 COO는 네이버 창립 멤버이자 이해진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21년 6월 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이후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당시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은 "네이버 사측이 발표한 알림 자료는 구성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며 "구성원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직장 내 괴롭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최 전 COO의 복귀는 수천 명 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최 전 COO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 A씨를 채용하고 문제 제기에도 묵살했다"며 "오히려 A씨의 권한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동안 네이버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19일을 시작으로 이번 주 내내 매일 낮 12시 피케팅 시위를 이어간다. 21일부터는 조합원 총투표를 시작한다. 오는 27일 낮 12시에는 최 전 COO 선임 반대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피케팅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 방관한 당신도 공범이다', '돌아오지 못하는 피해자, 돌아오면 안 되는 최인혁', '책임지지 않은 자, 네이버로 돌아올 자격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이번 사태로 최수연 대표 취임 이후 원만했던 네이버 노사관계가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