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넘어 제로성장을 향해 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 1% 이하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동반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복사판 수순이다. 이는 한국이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위기라는 경고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쇄 작용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한되고 자산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실질 금리 하락을 제약한다. 경기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성장·저물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기술 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규제 재검토, 신규기업 진입 활성 등 시장규제 완화가 중요한 과제다.
주식시장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기업 수익성과 자산 가치에 비해 주식 가치가 크게 저평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밸류업 공시를 통해 저평가 돌파 노력을 기울인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체질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단기적인 이벤트로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 할 수 없다. 지배구조 개혁이 동반되는 정책만이 저평가 분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한국정경신문 창간 15주년을 맞아 저성장, 저물가, 저평가를 돌파하기 위한 산업 분야별 기업들의 구조개혁과 정책을 짚어본다.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저성장·저물가·저평가의 '3저' 시대에 한국 제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수다.
삼성전자와 HD현대일렉트릭이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한국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3400여 중소·중견기업에 11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공장 전환을 지원해 생산성 53% 향상과 품질 57% 개선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HD현대일렉트릭은 1173억원을 투자해 청주에 최첨단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제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자료=삼성전자)
■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으로 중소기업 혁신 주도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1.0부터 3.0까지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스마트공장 1.0' 프로젝트는 중소기업들의 열악한 생산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9. 기본적인 자동화 시스템 도입과 공정 효율화에 집중했다.
이후 '스마트공장 2.0' 단계에서는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과 인력 양성 등으로 지원 범위를 넓혔다. 현재 진행 중인 '스마트공장 3.0'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팩토리 수준을 더욱 높이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경영체제 구축으로 목표를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중소기업 제조 현장을 지능형 공장으로 고도화하는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본격화했다.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투자해 600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구축·고도화를 지원하는 이 사업은 AI 기술을 활용해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하고 현장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능형 공장'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의 고석동 위원은 "스마트공장 시스템 지원은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장 운영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맞춤형 엔진'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업에서 효율성과 품질 관리를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동화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시스템 구축 외에도 공정 자동화와 품질 개선 등 전반적인 제조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원 완료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93%에 달한다.
또한 '대·중소 상생형(삼성)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 정책효과 분석 결과, 도입 기업이 미도입 기업보다 매출액 23.7%, 고용 26.0%, 연구개발(R&D) 투자는 3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철심자동적층설비 (자료=HD현대)
■ HD현대일렉트릭, 스마트팩토리로 글로벌 시장 공략
HD현대일렉트릭은 2023년 9월 충북 청주센트럴밸리에서 중저압 차단기 신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총 1173억원을 투자한 이 공장은 2025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최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스마트팩토리로 건설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생산라인과 물류를 자동화하고 수요예측부터 자재, 완성품 입출고 관리 등 AI 기반의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AI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전력을 분배·공급하는 배전기기 시장이 차세대 핵심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 공장을 통해 현재 연간 750만대 수준인 중저압 차단기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1300만대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고용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신공장은 첨단기술과 자동화시스템이 융합된 세계 최고 수준의 배전기기 생산기지로 거듭날 것"이라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청주 지역 내 양질의 고용창출과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지역 균형발전과 ESG 경영 강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3.0 사업은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효율성, 지속가능성, 성장'이라는 ESG 경영 목표 아래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개발, 탄소 배출 관리, 에너지 효율화 계획 수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공급망 전반의 환경·사회적 이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공장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ESG 가치를 접목한 스마트공장 구축은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