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5대 시중은행 중 4곳에서 새로운 수장이 취임했다. 은행권에 대대적으로 리더십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를 우려한 은행들의 생존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신임 행장들이 어느덧 취임 후 첫 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정경신문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각 은행 새 수장들이 거둔 성과를 짚어보고 어떤 미래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국민은행이 올해 1분기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비록 ‘리딩뱅크’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탄탄한 이익체력을 증명하며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환주 행장의 취임 후 첫 성적표로는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1조2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3895억원이었던 1년 전보다 163.5% 급증한 수준이다.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손실 관련 충당금의 기저효과와 핵심이익의 견조한 성장이 합쳐진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1분기 1조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신한은행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추가적인 수익성 확대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 탄탄한 이익 체력 증명
1분기 핵심 수익성 지표는 탄탄했다.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06%로 전분기 대비 2.2%p 상승했고 총자산이익률(ROA) 역시 0.73%로 0.16%포인트 올랐다. 순이자이익은 2조5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직전 분기 대비 0.8%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은 1.76%로 전년 동기(1.87%) 대비 0.11%포인트 하락했으나 직전 분기(1.72%)보다는 0.04%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화대출금이 늘어난 점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분기 말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은 367조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0.9% 증가했고 특히 가계대출 성장률은 1.3%로 직전 분기(0.3%)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기업대출은 우량 중소기업 및 SOHO대출 위주의 선별적 성장 추진으로 같은 기간 1조1000억원(0.6%) 늘었다.
다만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순수수료이익이 10.1% 하락하는 등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민은행의 올 1분기 성적에서 특히 주목 받은 것은 저원가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의 성장이다. 저원가성 수신은 은행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은행의 올해 3월말 기준 요구불예금은 15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51조5000억원) 대비 4조7000억원(3.1%) 증가했다.
■ 리딩뱅크 탈환 열쇠는 임베디드 금융
국민은행측은 이 행장 취임 후 혁신을 통한 수익원 확보를 위해 ‘임베디드 금융’ 확산에 나선 성과라고 설명했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중개하고 재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사 플랫폼에 핀테크 기능을 내재화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 지난 3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과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개시 전후 이후 국민은행의 일일 요구불계좌 개설 건수가 3~4배 증가했다. 이밖에 스타벅스코리아와 손잡고 ‘KB 별별통장’을, 삼성금융그룹와 함께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을 선보였다.
올 하반기에는 SSG닷컴과 손잡은 패키지형 금융상품 ‘쓱KB은행’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행장은 “고객이 있는 곳에 은행이 존재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임베디드 금융을 통한 고객 접점 확대와 비이자이익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기업고객그룹 내 임베디드영업본부를 영업 1, 2부로 나눴고 스타뱅킹영업부에서 일부 가지고 있었던 관련 업무도 임베디드영업본부로 일원화했다.
특히 보험 계열사 대표 출신인 이 행장은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금융과 비금융간 제휴를 통한 확장에 대한 전문성과 인사이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 행장은 올해 1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 은행 영업모델에서 수익원 다변화를 통해 리딩 영역을 지속 확장해야 한다”며 “기업금융 중심으로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 자본시장 부문의 질적·양적 성장을 추구해 비이자 비즈니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