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내리자 고개 빼꼼 '갭 투자족'..무조건 나쁠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전세가↑갭투자↑
부동산 불안 요소 갭투자..원천봉쇄?
전문가들 "내 집 마련 기회 제공할 수 있어"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3.19 09:47 의견 0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전세가가 오르면서 부동산 갭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자칫 전세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무자본 갭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하지만, 이 때문에 향후 내 집 마련의 초석을 깔 수 있는 전세제도의 장점까지 희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1월 3.66%보다 0.04%포인트 낮은 3.62%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4%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이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요 시장은행들은 지난 18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에 코픽스 금리를 반영했다.

KB국민은행은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가 4.11~5.51%에서 16일 4.07~5.47%로 0.0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가 4.82~6.02%에서 4.78~5.98%로 내려갔다.

또 NH농협은행은 3.96~5.97%에서 3.89~5.90%로 0.07%포인트 하락했다. 신한·하나은행의 금리도 시차를 두고 하락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직전 3영업일 평균을, 하나은행은 직전 하루의 종가 금리를 반영한다.

(자료=연합뉴스)

■ '은행 주담대 금리 낮아졌다'..고개드는 갭투자

이와 같은 금리인하는 최근 전셋값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갭투자족에게는 긍정 요인이다.

최근 아파트값은 하락세인 반면 전셋값은 상승세다. 대표적으로 올해 1월 29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신생아 특례대출 영향으로 5억원 이하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중저가 아파트 전세 수요가 커지면서 시장 공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보통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기법인 갭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진 시기에 수요가 커진다. 이렇게 되면 비교적 소액으로도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담대 금리까지 낮아지면 은행에 납부해야 할 월 이자가 감소하기 때문에 투자에 수월한 환경이 마련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전국적으로 갭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화성시(147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147건) ▲경남 김해시(132건) ▲충남 아산시(127건) ▲인천 서구(125건) ▲서울 노원구(73건) ▲서울 송파구(60건) ▲서울 강동구(59건) 등 전국적인 증가세다.

노원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 전셋값이 오르면서 소액 투자가 가능한 매물이 있는지 찾는 손님이 다시 많아지기 시작했다"며 "일정 초기자금이 있고 대출 이자 감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손님 중 향후 해당 매물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보는 손님들이 주로 실제 거래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자료=연합뉴스)

■ 갭투자, 무조건 나쁜거야?

갭투자 증가가 과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무자본 갭투자에 따른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았던 전세사기 중심에도 무자본 갭투자와 깡통전세 문제가 있었다. 깡통전세는 전세 보증금이 주택 실제가치를 초과한 상태다. 만약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상황에 따라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전액 보장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갭투자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세가율 상한제, 월세 시장 활성화 등 대안책을 강조해왔다. 전세가율 상한제는 전세사기 사례가 집중되는 원룸·오피스텔·빌라 등 전세 보증금이 시세의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집주인의 자기자본 비율을 명시해 무자본 갭투자를 막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실상 갭투자 부작용을 완벽히 차단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하고 있는 대출규제나 다주택자 규제 정도가 최선"이라며 "갭투자를 차단하는 것은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되는 논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먼저 갭투자를 무조건적으로 투기로 평가하는 것을 지양하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값의 상승과 하락이 지역별로 다른 상황에서 매매가와 전세가격 차이를 이용해 건전하게 투자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사고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전제다.

이 연구원은 "집을 매매해 실거주 하지 않으면 무조건 투기라거나 주택이 투자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 사고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주택을 매입하고 여러 사정상 바로 입주를 안 하고 세를 줘야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을 갭투기로 바라보는 시각은 협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세제도가 전제가 되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세제도를 없애고 모두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법론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어불성설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 입장이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보증금으로 이용해 수입 확보와 투자확대가 가능하고 세입자 입장에서는 사는 동안 주거비용이 들지 않아 향후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일부 악성 투기꾼 때문에 모든 전세시장을 축소시키는 것은 월세부담 증가 등으로 가계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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