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신사업 추진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LH가 정부정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인 만큼 3기 신도시 보상 및 공공주택 사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등재된 LH의 제3차 회의록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7억원이다. 이는 전년 1조8128억원 대비 41분의 1수준으로 감소한 수치다. 2009년 LH통합 출범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LH 영업이익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2022년 부동산 시장 침체로 1조812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이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LH 영업이익은 2019년부터 매년 2조에서 5조원 사이를 기록해왔다.
매출액 13조8840억원과 순이익 5158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29%, 6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금융위기 여파로 500억원을 기록한 2010년 수준이다.
LH 실적 급감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연관이 깊다. 임대주택 운영 손실과 토지매각 대금이 예정대로 입금되지 않는 상황이 주원인이다.
먼저 LH가 건설사와 시행사에 땅을 분양한 뒤 받지 못한 연체 금액만 지난해 말 기준 약 6조9000억원이다. LH의 토지매각 대금 연체 규모는 2021년 12월 말 2조689억원에서 2022년 말 3조8550억원, 지난해 말 기준 6조9281억원까지 늘어났다.
시행사와 건설사에서 토지를 분양받고도 LH에 대금 납부를 못하는 이유는 고금리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로 LH에 납부할 대금을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건설사나 시행사가 LH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으면 수년에 걸쳐 중도금을 납부한다. 하지만 고금리와 인건비,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에 착수하지 않아 중도금을 연체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토지 대금을 연체한 사업자들은 향후 6~8% 수준의 연체이자를 내야한다. 하지만 이 연체 이율이 최고 10%를 오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다 낮기 때문에 연체 이자를 내고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 날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결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기존 사업을 진행하거나 신사업 추진도 미미했다"며 "이 상황에서 토지 대금 납부를 위해 수익성이 안 나는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연체 이자를 내고 향후 수익성이 받쳐줄 때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문제는 LH가 추진하고 있는 3기 신도시 및 공공주택 공급 등 정부 주요 정책 사업이다. 올해 LH의 주요 사업에는 약 10조원 규모의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보상과 2조원 규모의 시행사·건설사 미착공 부지 매입이 기다리고 있다.
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비롯해 LH도 전세사기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나서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추가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LH는 자산매각과 비용절감을 통해 재무여건을 개선하고 정책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LH는 올해 총 15조원의 공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행액 8조원 대비해서는 7조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LH부채비율이 200%가 넘기 때문에 채권 발행액이 증가하면 향후 LH 부채상태가 더 악화돼 자금 차입 시 금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기존 임대 주택 사업부문에서 여전히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공공사업을 하는 LH가 임대금액을 높게 책정할 수 없는 데다 임대아파트라는 이미지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브랜드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공공임대주택 브랜드 적용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중 37.6%만 공공임대주택 브랜드로 LH 사용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일반 국민은 전체의 45.9%가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임대주택의 건축 계획과 마감 등이 민간주택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도시 보상이나 미착공 부지 매입 등 올해 주요 사업 관련해서는 큰 우려는 없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의 최근 경영상황에 비춰보면 LH가 당면한 추진사업들이 상황에 따라서 일부 사업 지연이나 축소의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공공기관인 LH사업을 대체할 기관이 없다. 또 LH 매출의 큰 부분인 택지분야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이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재무건전성도 향후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LH는 공공주택사업을 위한 기관이어서 적자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의 역할인 공공성 확보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단순히 영업이익 측면에서 역할을 들여다보는 게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LH는 비금융공기업으로는 최초로 2년 만기 브라질 헤알화 표시채권을 약 27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헤알화 채권은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주로 발행되고 있다. 이 채권 발행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 역시 3기 신도시 등 정부 정책 수행을 위한 자금 등에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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