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 역사속으로..건설업계는 '반색'

지난해 3분기 마지막으로 명단 공개 중단한 국토부
건설업계 "건설사 잘못 아니어도 공개했던 명단, 불합리한 점 많았어"
국토부 "명단 공개 안 한다고 해서 건설현장 안전의식 떨어지는 것 아냐'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4.04 09:59 | 최종 수정 2024.04.04 10:00 의견 0
서초구가 공사장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VR을 활용한 '건축 관계자 VR 안전교육'을 하는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GS건설이 시공하는 전남 나주시 공사현장에서 최근 건설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명확한 사고 경위가 나오지 않아 확인 중이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제 이와 같이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 사건이 발생해도 사망사고 통계치를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게 됐다. 이제까지는 사망사고 발생 상위 100대 건설사 명단이 정기적으로 공개됐었지만, 국토교통부에서 이를 중단하면서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5월부터 '건설현장 사망사고 발생 상위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해왔다. 또 2020년부터 분기별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발주청, 지방자치단체 명단 및 숫자까지 밝혔다. 2021년 2분기부터는 대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하도급사까지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건설사들의 현장관리 실태 등 많은 문제점이 입방아에 올랐고, 때마다 집중포화 대상이 됐다. 이에 사망사고 상위권이었던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불명예와 함께 이미지 추락 등 부담을 느껴왔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등을 공급하는 입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말 3분기를 끝으로 국토부는 별다른 공지 없이 명단 공개를 중단했다. 사망사고 명단 공개를 두고 건설사들이 정부가 발표할 법적 근거가 없이 일방적 망신주기라고 의견을 피력하면서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 현황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의 관련 통계나 안전관리 부실이나 안전시설 미흡 등에 따른 건설사 벌점 공개를 참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료는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되고 부실 항목에 따른 벌점을 합산한 전체 숫자가 공개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별로 구체적인 사망자 규모를 확인하기는 어려워진다.

건축물 해체현장 모습 (자료=연합뉴스)

건설업계는 이와 같은 명단 발표 중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 사망자 수가 많았던 일부 건설사들이 명단 공개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 것 같다"며 "다만 안전이란 게 발표를 한다고 해서 더 관리를 강화하고 발표를 안 한다고 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단 공개 여부가 건설현장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원인의 규명이나 재발방지가 중요하지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기존 명단 공개로 인해 주요 수치에만 집중해서 회사를 평가하다 보니 부담도 부담이지만, 안전사고 방지책 마련에는 실효성이 없는 단순 망신주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국토부의 명단 공개 중지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외부적으로는 당분간 입방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앞서 사망사고 건설사 명단 공개 등 대책을 추진하면서 2019년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57명 감소해 1999년 통계 집계 이해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서 나서서 효과가 있다고 밝혔던 기조에서 물러나 명단 공개를 철회했기 때문에 건설사 봐주기식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의 사고가 비단 건설사 관리 부실의 문제로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국토부에서도 이번 조처를 통해 '봐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닌 중대재해처벌법가 같이 안전 조처가 강화된 상황에서 정확하지 않은 사망사고 통계 발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가 공익적인 부분이 있다고 감안해 그동안 명단 공개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개인정보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정보 공개의 합당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 쪽에서 사망사고 명단 공개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었던 것도 맞지만 사망사고 명단 공개에 대한 법제적 근거가 불명확한 상황이었다"며 "향후 법적으로 사망사고 명단 공개에 대한 근거가 확실히 마련되면 다시 공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또 명단 공개를 하지 않아도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공능력평가 등에 불이익이나 벌점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에 명단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현장 부실이 문제를 소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2019년 7월부터 시공사나 감리사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을 통해 건설사고를 신고하면 발주청과 인·허가 기관은 물론 국토부까지 실시간으로 사고내용이 공유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외부적으로 명단공개를 하지 않아도 국토부가 모든 건설사고 통계를 관리하고 사고원인을 분석해 건설사 잘못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건설노조도 정부의 명단 비공개 방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하고 있다. 최근 정부 노선과 같이 자의적으로 정부가 발표를 중단할 수 없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사망사고 명단을 공개하는 행위는 건설·산업관계자 내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건설기업들이 어떤 안전과 사고에 대해 어떠한 예방대책을 노력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끔 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산업과 관계된 업계관계자들이 내부에서 어떤 사망사고가 일어나는지 인지하고 벌점을 받는다해도 산재사고가 높은 편에 속하는 건설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모두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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