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최근 유통업계가 오너 3세들을 경영 전면 내세우며 승계 구도 본격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8일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34)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날 한화갤러리아는 김 본부장의 자사 주식 취득 사실을 공시하며 직위를 부사장으로 표기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과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도 겸하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직급도 부사장으로 변경됐다.
김 본부장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한화갤러리아 주식 24만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0.63%에서 0.75%로 확대됐다. 김 본부장은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 분할한 이후인 지난 4월부터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김 본부장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김 본부장은 그룹에서 유통과 호텔 부문을 맡고 있다. 2016년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을 역임했고, 2020년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을 맡았다. 2021년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프리미엄레저그룹장 자리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직책과 동시에 전무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은 김 본부장이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파이브가이즈 국내 유치부터 1호점 개점 등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점에 이어 지난달에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2호점을 열고 점별 하루 2000여명 고객을 끌어모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 성공적 론칭과 한화갤러리아 신사업 발굴, 호텔앤드리조트 강원 설악 부지 개발 계획 추진, 사업장 고객 다변화 성과, 한화로보틱스 미래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요인이 승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CJ그룹과 SPC·오리온·BGF·삼양그룹 등 오너가 3세가 일찌감치 경영 일선에 나서며 승계 수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33) 경영리더는 그룹 중책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고 있다. 이 실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 자리에 오르며 전략기획 1담당과 2담당 조직을 이끌며 글로벌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 실장은 글로벌 식품 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 신사업 투자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장남과 차남 행보도 주목된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46) 파리크라상 사장은 글로벌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중국 300곳, 미국 200곳 등 점포를 운영 중이고, 캐나다와 영국 등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허 회장의 차남 허희수(45) SPC그룹 부사장도 쉐이크쇅 점포를 신규로 열고 에그슬럿을 국내 도입하는 등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상무 역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입사 1년6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하며 승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국(41) BGF(지주사) 대표이사 사장도 BGF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홍 부회장은 지난 2013년 BGF그룹에 입사한 뒤 전략기획본부장과 경영전략부문장을 역임한 후 2019년 BGF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홍 부회장은 편의점 사업 해외 진출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 신성장 동력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 그룹)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29) 전략기획본부장(CSO)은 지난달 31일 상무로 승진했다. 전 상무는 그룹 혁신 경영을 주도하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맡아 겸직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 반영 속도가 빠른 유통계가 미래 먹거리를 잡기 위해 젊은 3세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서 "이들 성과에 따라 승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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