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조 시대 포부를 밝혔다. 기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개발 사업 추진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미래 먹거리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다각화’ ADC 투자·신약개발사 M&A 검토
27일 업계에 따르면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 콘퍼런스 ‘CPHI 월드와이드 2023’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오시밀러와 CDMO 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업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포트폴리오 확장의 일환으로 ADC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존림 사장은 “신약개발 사업을 추가해 40조~50조원 기업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성장성이 높은 ADC 분야에 우선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새로운 모달리티 등 고성장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이사회에서 ADC 생산 공장 투자 안건이 통과된 사실을 공개하며 “인천 송도에 1만㎡ 규모 부지를 마련해 2024년 말까지 ADC 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국내외 신약개발사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9월과 4월에는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차세대 ADC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에임드바이오와 스위스 소재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존림 사장은 올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앞으로도 삼성의 바이오 사업 비전과 로드맵에 발맞춰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DC는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분야로 ADC 전반적인 성장세를 고려해 적정 수준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항체 CDMO의 안정적인 성장에 ADC CDMO가 신규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유의미한 ADC 품목 수주 시 동사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반도체와 신성장 IT와 함께 바이오 사업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26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450조원 규모다. 특히 삼성은 '제2 바이오 캠퍼스' 조성에 오는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0월 11일 인천 송도 바이오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제 2의 반도체 신화’로 육성하겠다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당시 이 회장이 방문했던 4공장은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 초격차, CDMO 톱티어 굳히기·5공장 증축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 클럽 반열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인 CDMO 사업에선 초격차를 이어간다.
지난 25일 공시된 올해 3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340억원, 영업이익 3185억원이다.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6211억원, 영업이익은 76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53억원(29%), 929억원(14%) 증가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연간 매출 전망치로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3조6016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바이오의약품 CDMO 시설인 4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10억원(18%) 증가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4공장 가동률 상승은 올해 화이자,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와 6~7년에 달하는 장기 CDMO 선수주 활동 덕분이란 분석이다.
특히 최근 주요 CDMO 기업들이 모두 기존 실적 발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동건 S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3분기 호실적은 단순히 단기 실적 호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이번 호실적 배경인 가동 효율화와 4공장 매출 가세는 올해 4분기뿐 아니라 내년 이후 중장기 실적 추정을 상향 시킬 주요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상업화 물량 생산 증가 효과는 2025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올해 공시된 신규 수주 및 증액 계약 중 1000억원 이상 대형 수주 계약만 총 8건이다. 현재까지 누적 올해 수주액은 2조7260억원이다. 역대 최고 수주액을 달성했던 2020년(약 1조9000억원) 기록을 3분기 만에 41% 초과 달성한 것이다. 10월 기준 누적 수주액은 118억달러(약 15조9000억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매출 기준) 중 14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고객들의 제품 라인업과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 중이다.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에 들어설 5공장 생산능력은 18만리터로 완공 시 총 생산능력은 78.4만리터가 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 실적이 경쟁사 대비 좋았던 것은 대형 리액터로 빅파마 위주 CMO(위탁생산)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경쟁사들이 CAPA(생산설비) 확장 중이지만 아직 공급과잉 현상이 관찰되지 않고 있고 5공장 연계 수주 협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CMO 수요가 더욱 견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