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동결에 “기다렸다”..은행권, 수신금리 인하 가속도

토스뱅크·케이뱅크, 수신상품 금리 인하 결정
두 번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은행 예적금 금리↓
은행 떠나는 뭉칫돈..3월 한 달 새 8.8조원 ‘뚝’
초단기적금·최애적금 등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4.13 11:17 의견 0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이날부터 수신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씩 낮췄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에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국은행의 두 번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은행권 예적금 금리 하향 곡선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예적금에 묻어둔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자 은행들은 특색 수신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이날부터 수신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씩 낮췄다.

토스뱅크 통장과 모으기는 5000만원까지 연 2.0%, 5000만원 초과 금액에는 3.6% 금리가 적용된다. 모임통장은 금액 제한 없이 2.0% 금리를 제공하게 된다.

토스뱅크의 이번 금리 인하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12일 한은은 경기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토스뱅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2월에도 곧바로 수신상품의 금리를 0.1%포인트 내린 바 있다.

다만 토스뱅크 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과는 별개로 수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금리 체계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3개월 간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꾸준히 내렸다. 신한은행은 2월 거치식 예금 2종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낮췄고 하나은행은 올 들어 정기예금의 금리를 총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기준금리가 3.5%로 묶인 뒤 네 번에 걸쳐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금리를 총 0.8%포인트 내렸다. 지난 3일에는 8종의 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췄다.

카카오뱅크 경우도 2월부터 정기예금은 가입기간에 따라 0.5%~0.9%포인트, 자유적금은 0.2%~0.7%포인트 금리가 내려갔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코드K 정기예금’ 금리는 최대 0.4%포인트,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는 0.3%포인트 인하했다.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도 상황은 같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1년 만기 금리는 3.37~3.50%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동결 전인 1월 중순 4%대를 유지했던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3.37%, 3.50%로 낮아졌다.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경우는 석 달 새 3.86%에서 3.46%로 내렸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금리도 0.4%포인트 넘게 빠지며 3.50%로 내려 앉았다.

은행권 수신 금리가 낮아지면서 지난해 연말 고금리 예적금에 몰렸던 뭉칫돈도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3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17조3000억원으로 한 달 새 3조원 감소했다. 특히 정기예금은 8조8000억원이 줄었다.

지난해 11월 정기예금에서만 27조7000억원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은행에 묶여있던 자금이 다른 투자처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된 셈이다.

은행권은 고객 이탈을 막고 수신고를 유지·확보하기 위해 금리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수신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1개월 만기 설정이 가능한 초단기 적금 상품을 내놨고 토스뱅크는 전날부터 최대 연 5.0% 금리의 자유 적립식 적금인 ‘굴비적금’을 판매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17일 팬덤 기반 저축상품인 ‘최애적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돌스타, 운동선수 등 최애(가장 애정하는 대상)가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일정액을 저축하는 ‘덕질 문화’를 고객의 관점에서 디지털로 재해석한 상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수신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수신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소액으로 재테크하는 이른바 ‘짠테크’가 유행하면서 거기에 초점에 맞춤 상품들이 많이 출시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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