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연기 결정이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들에 직격탄이 됐다. 해당 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유통금리가 급등하며 시장 신뢰도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롯데손해보험 사옥 (자료=롯데손해보험)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롯데손보 8회 후순위채는 채권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민간평가금리(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8일 롯데손보가 콜옵션 행사를 하루 전 연기하며 발생한 신용위험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 등 자본 건전성 지표가 낮은 보험사들의 후순위채도 민평금리 대비 39.8~92.2bp 높은 금리로 거래되며 파장이 확산 중이다.
이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작년 말 기준 150% 권고 수준을 간신히 상회하는 상황이다. 푸본현대생명 157.3%, KDB생명 158.24%, 롯데손보 154.59%로 모두 취약한 자본 사정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험사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롯데손보 콜옵션 사태가 K-ICS 비율이 경계선에 걸쳐있는 회사에서 일어난 만큼 앞으로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어 경계감이 높아졌다”며 “시간을 두고 비슷한 회사들은 스프레드(금리차)가 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 투자자 피해도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손보 8회 후순위채(900억원)의 75%인 676억원이 개인에게 판매됐는데 조기상환 불이행으로 원금 회수 불확실성이 커졌다.
금감원은 작년 롯데손보 정기검사와 올해 2~3월 수시검사를 통해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경영평가실태 등급을 매기기 위한 평가를 실시했다.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 자본 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를 받으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금감원이 이달 경영평가실태 평가 등급을 확정하면 이르면 상반기 내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를 정리 중이고 이르면 5월 말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적기시정조치 여부 등을) 단정할 수는 없고, 롯데손보의 구체적인 자본 확충 계획 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