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머니무브'에 은행권 예적금 특판 부활..우대조건 없는 ‘고금리’ 승부수

최고 연 3~5% 예적금 특판 인기몰이 중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역머니무브 본격화
"고객 유치·예수금 확보하자"..특판 부활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6.22 11:39 의견 0
시중은행들이 예수금을 확보하고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우대조건 없이 고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특판을 선보이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은행권의 고금리 예·적금 특별판매상품(특판)이 부활하고 있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으로 뭉칫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들은 예수금을 확보하고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우대조건 없이 고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특판을 선보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2022년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총 2조원 상품 한도로 1년 기준 최대 연 3.0%의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이다. 우리은행이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새로 출시한 것은 지난 2019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안전자산으로 목돈 운용을 고민하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특판 상품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자산형성에 도움이 되는 상품과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코인 등으로 빠져나갔던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인 예·적금으로 회귀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5월말 기준 예·적금 잔액은 716조5365억원으로 4월말과 비교해 불과 한 달 만에 19조9374억원 늘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자취를 감췄던 예·적금 특판을 속속 내놓는 분위기다. 특판은 다른 상품보다 이자를 높게 책정하는 대신 계좌수나 총 상품 한도를 제한해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30만좌 한도로 최고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쏠만해’ 적금을 출시했다. 연 1.5%에 우대금리 연 3.5p%를 적용해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모바일 전용 상품이지만 만 65세 이상 고객에 한해 영업점 가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달 1일 케이뱅크가 내놓은 연 5% 적금 특판도 흥행 기록을 세웠다. 1만좌 한정으로 기존 ‘코드K 자유적금’에 연 2% 우대금리를 더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틀 만에 10만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다.

케이뱅크는 10만좌 돌파 ‘오픈런’을 기념해 추가로 10만좌 한도 특판을 재실시하기도 했다.

출범 이후 2% 금리의 수시 입출금 상품인 ‘토스뱅크 통장’만 유지했던 토스뱅크도 최근 3% 금리의 ‘키워봐요 적금’을 출시했다. 부담없는 6개월 만기 적금에 최고 3% 금리 혜택 제공으로 인기를 끌며 출시 3일 만에 10만좌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도 전날부터 한 달간 ‘26주적금 with 오늘의집’을 한정 판매 중이다. 카카오뱅크의 26주적금은 26주 동안 매주 최초 가입금액 만큼 자동 증액해 저축하는 소액저축상품이다. 카카오뱅크가 최근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며 최고 연 3.0%의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은행권에서 내놓은 특판의 경우 상품 구조가 단순하고 우대금리 혜택의 문턱을 낮춘 것도 흥행의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의 우리 특판 정기예금과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 카카오뱅크 26주적금의 경우 만기까지 유지만하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쏠만해는 뱅킹앱인 신한 쏠 가입과 매월 로그인, 마케팅 동의 등으로 1.5%p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대표 적금 상품인 ‘신한 S드림 적금’이 월말 정기예금 잔액, 청약저축 보유, 장기고객 여부 등 복잡한 우대조건을 요구하는 것과 대비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고객자문단 쏠메이트(SOL-Mate)의 의견을 반영해 이번 상품을 기획했다”며 “고객이 더 쉽고 편하게 목돈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비록 시중 자산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수신잔액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지만 월별로 신규 취급되는 금액을 놓고 보면 오히려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에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상황에서도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고금리 특판을 내놓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율(예금잔액과 대출잔액 비율)을 맞출 때 대출하고 예금의 민감도는 차이가 난다”면서 “대출은 금리만 낮춰도 팍팍 늘어나지만 예금은 그렇지 않아서 은행들이 예수금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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