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은행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공시 제도가 윤곽을 드러냈다. 개인 신용점수를 총 20개 구간으로 나눠 예대금리차를 은행별로 매달 공개하는 방식이다.
당초 제시된 전체 예대금리차 공시 방식에 비해 공시 항목이 늘고 구체성이 높아졌지만 금융소비자가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알기에는 어렵게 됐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최근 잇따라 비공개회의를 열고 예대금리차 공시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선정된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실무협의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앞으로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사이트를 통해 대출자의 개인신용평점을 기준으로 은행별로 예대금리차를 달마다 공시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현재 은행들은 사업보고서와 IR자료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개별적으로 공개해 왔다. 또 은행연합회 비교공시를 통해 전월에 실제 취급한 대출 금리와 예금상품 금리를 매달 공시했다. 하지만 은행별·상품별 금리를 단순 나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예대금리차를 비교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대출 평균 금리의 경우 신용등급을 5개 구간으로 나눠 공시해왔는데 이를 개인 신용평점별 총 20개 구간으로 나눠 공시하기로 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에 신용등급을 쓰지 않고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가 산정한 개인신용평점(0~1000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각 은행은 달마다 개인신용평점을 50점씩 20개 세부 구간으로 나눠 구간별 신규대출 평균 금리를 밝히고 이 대출금리에서 그달 평균 수신(예금) 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도 공개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은 자신의 신용점수를 바탕으로 본인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용점수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된 수치다 보니 은행별 예대금리차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느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높고 낮은지 한 번에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울러 수신금리 산출 대상에 정기 예·적금 등 순수 저축성예금뿐 아니라 CD(양도성예금증서), RP(환매조건부채권) 등 시장성예금까지 포함되는 점도 일반 금융소비자가 예대금리차 파악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통상 단기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성예금은 은행의 정기예금에 비해 금리가 높게 책정된다.
신용평점별 예대금리차 외 상당수 공시 항목들도 신설된다. 각 은행의 월별 신규 취급 수신 평균 금리, 가계대출 신규 취급 평균 금리, 기업대출 신규 취급 평균 금리, 전체 예대금리차, 가계 예대금리차, 기업 예대금리차 등이 추가로 공시 의무 항목에 추가될 전망이다.
이는 당초 국정과제에서 계획됐던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에 비해 공시 항목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단순 예대금리차만을 비교공시했을 때 왜곡돼 보일 수 있다는 은행권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큰 인터넷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게 산정돼 예대금리차가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이를 신용평점별로 쪼개면 고객의 신용점수별로 예대금리차가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능하다.
두 차례 회의에서 신용평점별 예대금리차를 주요 지표로 공시하고 전체 예대금리차는 보조 지표 성격으로 공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공시 항목이 확대되면서 다소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확한 예대금리차 지표를 보여주려다 보니 공시 항목이 확대될 필요성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부에서 고객들 입장에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큰 틀의 취지에서는 좋다”면서도 “실무적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은행들의 대출심사 평가시스템에서 한 요소인 신용점수만을 가지고 금리 차이를 비교하는 것은 왜곡이 있을 수 있다”며 “은행별로 신용점수 구간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맞추는 데 실무적인 애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 항목이 확대된 이유에 대해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어떤 내용이 공시에 담길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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