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국정과제로 추진된다.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의 취지에는 어느정도 공감하면서도 금리 산정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은행권 예대금리 공시제도 개선 방안이 담겼다.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비교공시 형태로 공개하고 공시 주기를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는 게 이번 개편안의 골자다.
현재 은행들은 사업보고서와 IR자료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개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사업보고서의 영업현황 항목에서 주요 수익성 지표로서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순이자마진(NIM) 등과 함께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는 실적 발표 자료와 팩트북(FACT BOOK)에서 NIM 추이와 함께 예대금리차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기존 예대금리차 공시는 투자자가 은행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나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비교공시를 통해 대출 금리와 예금상품 금리를 매달 공개하고 있지만 은행별·상품별 금리를 단순 나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예대금리차를 비교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수위는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로 “금융서비스의 투명성·합리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부담을 완화해 금융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수장도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17개 국내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저금리 하에서 은행을 이탈했던 자금이 금리상승기를 맞아 되돌아오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러한 시장 여건에서 은행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추구한다면 금융이용자의 순이자부담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가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금리산정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에 대한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대금리 산정 체계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을 불러들여 대출·예대금리 운영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이후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 축소를 위해 대출 우대금리를 올리고 예적금 금리 인상 폭을 늘리는 조치가 나왔다.
은행권에서는 앞으로 금융당국 개입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번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를 계기로 정부가 은행권의 금리를 직접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예대금리차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은행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예대금리차를 대통령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예대금리차가 증가하는 경우 금융위원회가 금리 산정의 합리성·적절성을 검토해 개선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금융당국이 금리 산정에 개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도 제기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금리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권은 충분한 가산금리 확보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며 “현재의 금리인상과 신용위축 국면에서 가산금리 수준이 제한될 경우 향후 수익성 관리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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