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M&A가 승패 가른다..하나·우리금융, 금융지주 3위 자리 놓고 격돌

하나·우리금융, 지난해 순익 격차 약 9000억원
올해 증권가 컨센서스에서 순익 격차 감소 중
양사 비은행 M&A 추진 성과 따라 판도 바뀔 듯
롯데카드 인수 등 M&A 시장서 경쟁 펼치나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4.07 11:43 의견 0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지주 순이익 순위 3위 자리를 두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근래 들어 두 그룹의 순익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두 그룹 모두 올해 핵심 과제로 비은행 부문 강화를 내세운 만큼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성과에 따라 앞으로 판도가 바뀔 수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해 각각 3조5261억원, 2조58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두 그룹의 순익 격차는 약 9000억원 수준으로 지난 2020년 1조3000억원까지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며 크게 줄어든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두 그룹의 순익 격차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식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하나금융은 전년대비 2.8% 증가한 3조6817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금융은 전년대비 7.42% 증가한 3조156억원의 순익을 거둘 전망이다. 증권가의 예측이 맞아 떨어진다면 두 회사의 순익 격차는 6000억원대까지 줄어들게 된다.

특히 1분기 실적 전망치만 놓고 보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8210억원, 824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가에서는 두 그룹의 순익 순위가 일시적으로 뒤바뀔 수 있다고 예측한 셈이다.

이는 하나금융이 지난해 진행한 희망퇴직 비용 1630억원이 올해 1분기로 이연돼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비록 일회성 비용 인식에 따른 일시적인 변동이지만 순위를 지켜야 하는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두 그룹의 올해 M&A 추진 성과에 따라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그룹 모두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비은행 계열사의 M&A를 계획하고 있다.

두 그룹 모두 경쟁사인 KB·신한금융에 비해 비은행 부문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KB금융·신한금융의 비은행 순익 비중이 40%가 넘는데 반해 하나·우리금융의 비은행 순익 비중은 각각 35.7%, 17.2% 수준이다.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먼저 박차를 가한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종합금융그룹 재건을 위해 우리자산운용(옛 동양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옛 ABL글로벌 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옛 국제자산신탁), 우리금융캐피탈(옛 아주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아주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완전민영화 달성 이후에는 약점으로 지목된 증권·보험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은 2012년 외환은행 인수 이후에는 M&A 시장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소유였던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지난 2020년 하나손해보험을 출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함영주 회장 체제가 막을 열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3대 전략 중 하나로 비은행 사업 재편을 꼽았다.

함 회장은 은행과 증권을 양대 성장엔진으로 완성하고 카드, 캐피탈, 보험을 주력 계력사로 양성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를 위한 비은행 부문의 M&A와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매물 시장에 나온 롯데카드 매각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롯데카드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두 회사 모두 이미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롯데카드를 인수해 합병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 5위인 롯데카드 인수 후 하나·우리카드와 합병하면 단순 계산으로 업계 2~3위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롯데카드 인수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시장에 합당한 기회가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비록 지금은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어 비은행 부문이 약하지만 2023년까지 비은행 비중을 약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워놓았다”며 “적합한 매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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