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반도체 보릿고개에 노사갈등까지..5월 한파 언제 풀릴까?

박민혁 기자 승인 2021.05.20 15:33 | 최종 수정 2021.05.20 15:34 의견 0
현대차 체코 공장 생산라인 모습.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 사태에도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며 올해 1분기(1~3월)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안과 최근 노사갈등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고 있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이어 4월도 호실적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 4월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3% 증가한 총 7만8495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295.3% 증가한 3만6087대를, 기아는 338.2% 늘어난 4만2408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4월 유럽에서 2월 이후 두 달 만에 BMW그룹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1년 전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반도체 품귀로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고 미국 대규모 투자를 둘러싼 노사갈등 불거지고 있다.

5월 반도체 ‘보릿고개’ 현실화 되나

코로나19와 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공장의 화재, 미국 텍사스 한파, 대만 가뭄 등이 겹치며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전세계적으로 제네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도요타, 혼다, 닛산, 르노, FCA 등 완성차공장들이 셧다운이나 단축근무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 역시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에어백 관련 반도체 공급 불안정으로 17~18일 투싼과 넥쏘를 생산하는 울산5공장 52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 역시 18일과 20일 멈췄다.

기아도 에어백 관련 반도체 수급난으로 17~18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토닉 등을 생산하는 소하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지난 6~7일에도 계기판 관련 반도체 부족으로 울산4공장 포터 생산라인을 멈춰세웠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품귀로 울산1공장을 7~14일, 아산공장을 12~13일, 19~21일 멈춰세웠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며 반도체칩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NXP와 인피네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은 최근 칩 가격을 10~20% 인상했다. 파운드리업체들도 원자재 가격상승 등을 이유로 분기마다 가격을 10~15%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 업체의 생산이 390만대 감소하고 이로 인한 매출 감소폭은 1100억 달러(약 1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ktb투자증권 김양재 연구원은 "1분기 파운드리 생산 차질 영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2·3분기(4~9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자동차 반도체 수급 회복이 시점을 빨라야 올 4분기(10~12월)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생산차질이 이어지며 5월 반도체 보릿고개가 현실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조 美 투자 계획으로 불거진 노사 갈등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사갈등도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5년간 미국시장에 74억 달러(8조1417억원)를 투자해 전기자동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히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해외 투자와 현지생산이 이뤄지면 국내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1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자료=연합뉴스]

지난 17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성명을 내고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사측이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의 투자 계획은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위한 설비 확충 외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이미 투자를 진행하거나 계획했던 사업을 아우른 것이다.

노조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한 선물용이라면 더더욱 비판받아야 한다”며 “노조의 뜻을 무시하고 일방적 해외투자를 강행한다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공개한 미국 투자액은 연간으로 따지면 1조6000억원으로 8%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핵심 사업장과 R&D 시설이 대부분 있다. 전체 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투자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내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노조가 대미투자에 반발하며 노사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을 노조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노조로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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