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8배 껑충' NH농협생명, 건전성·설계사 정착률은 '고민거리'

1분기 당기순이익 425억원..전년比 733.3%↑
'RBC비율' 54%↓.."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영향"
설계사 정착률 22.7%.."신입설계사 관리 강화할 것"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5.07 11:3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NH농협생명이 디지털 전환과 체질 개선 노력으로 순익 날개를 활짝 폈다. 하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와 1년 안에 절반 이상이 떠나는 설계사를 관리하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42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1억원)보다 73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67.4% 개선된 76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영업비용이 2조7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줄었다. 점포운영비, 소모품비, 전산비 등 관리성 비용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전환과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봇프로세스자동화) 등을 추진해 큰 규모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RPA란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복제해 PC 기반의 프로그램에 입력해 동작시키는 시스템이다. 단순반복 업무를 줄여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꾸리고 오류 가능성을 축소하는 장점이 있다.

앞서 농협생명은 RPA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해 8개 부서와 10개 업무에서 연간 업무량 1만800시간을 아끼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이달부터 6개월 간 RPA 2단계 프로젝트에 착수해 고효율 업무 30개에 대해 시스템을 추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상품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개선한 것도 실적 호재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장의 체질개선 일환으로 보장성 중심 판매를 이어간 점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게 농협생명 입장이다.

농협생명의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은 당초 10%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부터 판매를 꾸준히 늘려 전체 신계약의 50%에 머물렀던 비중을 ▲2015년 64.8% ▲2017년 79.8% ▲2019년 88.3% ▲2020년 말엔 90%까지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1분기부터 호실적을 거두면서 올 한해 순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급락한 'RBC(지급여력)비율'과 현격히 낮은 '설계사 정착률'은 걱정거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올 1분기 기준 233.4%로 지난해 말(287.8%)보다 무려 54.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업계의 평균 RBC비율인 297.3%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하락한 RBC비율은 금리 상승으로 채권평가 이익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농협생명은 지난해 보유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한 바 있다.

매도가능증권은 각 분기마다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이익이나 손실이 자본에 반영된다. 즉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금리가 하락하면 평가이익이 발생해 추가 자본 확충이 없어도 RBC비율이 오른다. 반대로 금리 상승기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지난해 3분기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314.95%를 기록해 전분기보다 121.25%포인트 늘었다"며 "최근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는 추세라 농협생명뿐 아니라 매도가능금융자산을 가진 보험사들의 자본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아계약' 우려를 일으키는 낮은 설계사 정착률도 개선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고아계약이란 보험 계약 시 설계사가 이직하거나 퇴직해 보험계약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생명의 설계사 정착률은 22.7%로 업계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846명의 설계사를 신규 등록했으나 정착한 인원은 192명에 그친 것이다.

일부에서는 GA(독립법인대리점)로 이직하는 설계사가 늘어나면서 신규 등록 설계사가 줄고 정착률도 감소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는 실제로 보험사들이 최근 제판분리(제조와 판매분리) 일환으로 자회사형 GA을 설립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농협생명도 현재 영업조직을 GA형 판매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계약에 대한 관리를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면 소비자 불만이 쌓여 보험계약 해지나 민원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사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설계사 대상으로 교육이나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등 신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설계사 정착률이 떨어지는 정확한 사유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조기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현재 신입 설계사 대상으로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며 "RBC비율 관련해선 금리 상승 대비 시뮬레이션과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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