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맞아?"..보험료 카드납 외쳐도 '무심한' 보험사들

생명보험사, 전체 보험료 중 카드결제는 4.5%
"카드 수수료 부담으로 보험료 인상 불가피할 것" 항변
소비자 "디지털시대에 카드결제가 안된다니"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3.09 10:43 의견 0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길 바라는 외침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국회도 보험료 카드결제를 독려하고 나섰지만, 보험사들은 카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빚어낼 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생명보험사의 전체 수입보험료중 카드 결제 비중은 4.5%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생보사들은 상품의 높은 가격과 장기보험을 취급하는 특성상, 수수료 부담이 비교적 크다며 카드 결제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저축성보험 등 장기보험과 변액보험의 카드결제 비율은 0.5%에 그쳤다.

현재 교보생명·한화생명·오렌지라이프 등 생보사는 과거 카드납을 허용한 상품 외엔 카드 납부를 할 수 없다. IBK연금·ABL·KDB·메트라이프·푸르덴셜생명·교보라이프플래닛 등 대다수 보험사는 상품에 대한 카드결제를 아예 받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손보사들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1회성 상품이 대부분이라 카드 결제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동차보험에서 카드결제가 무려 73.3%를 차지했다.

실제로 삼성화재·현대해상·DB·KB·AXA·에이스·캐롯·하나 등 대부분 손보사들이 카드결제를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 이 중 캐롯손보가 88.3%로 카드결제 비중이 가장 컸다.

보험료 카드납을 허용하는 보험사가 일부 있지만, 여전히 결제 절차가 복잡해 '편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왔다.

oo카드사 고객 A씨는 "메리츠화재는 카드 자동 결제가 되는데 oo손보는 본인 명의 통장으로 자동이체 하거나 설계사가 매달 카드정보를 이용해 직접 따로 결제 해준다"며 "카드 결제가 된다고 해도 보험사마다 표준이 없고 제각각이라 달달이 번거롭다"고 말했다.

oo생명 고객 B씨는 "카드로 내려면 지점에 방문해 일일이 현장납부해야 하거나 매달 콜센터에 전화하라고 해서 복잡하고, 카드 결제가 일반화되길 원한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소비자들은 '보험료 카드납'을 두고 "21세기에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게 놀랍다", "카드 납부하려고 보험사에 전화하니까 굉장히 싫어하더라", "해외 기반 보험사는 카드로 내고 국내 기반 보험사는 현금으로 내고 있어 번거롭다", "어떤 데는 되는데 대부분이 안된다고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번거로운 카드결제 절차에 따른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 카드납'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보험사들의 반발로 관련 법안은 무산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험사, 카드사의 입장이 전부 다르다"며" "보험사들은 수수료 부담을 짊어지기 힘들고, 카드사들은 원가 수준을 넘는 수수료 이익을 얻어야 하고, 소비자들은 편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소비자에게 좋으려면 카드 결제가 허용되고 보험료도 오르지 않아야 한다"며 "보험사들이 수수료 부담으로 보험료 인상을 안할 거란 보장이 없고, 이 같은 부작용을 고려해 서로의 이해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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