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되는 '메이드인재팬'..국내 산업계, 反日 '소비자 혁명' 조짐

유니클로 안 입고, 아사히 안 마시고, 렉서스 안 탄다.."反아베, No Japan"

지혜진 기자 승인 2019.08.03 13:52 | 최종 수정 2019.08.06 13:26 의견 0
2일 여의도에 위치한 CU편의점. 수입맥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 맥주들만 빠져있는 모습이다.

[한국정경신문=지혜진 기자] 일본 불매운동이 한달을 넘어서면서 국내 민심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단순히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 기업 스스로 일본 관련 상품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가장 먼저 '불매 운동'의 불똥이 옮겨 붙었던 편의점들은 지난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매대에서 완전 퇴출키로 했다. 여행, 패션, 자동차 등 어디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산업계 전반에서 줄줄이 '일제 혐오' 사태로 치닫고 있다.

(자료=유니클로)

3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오전 수출통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까지 강행하면서 이 같은 사태는 당분간 지속되거나 심화될 전망이다.

■유니클로 종로3가점 10년째 임대 중인 건물..계약 재연장 안 해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니클로 종로3가점 건물 사진이 올라왔다. 건물 외벽 양옆에는 ‘임대 1, 2, 3층 207평’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유니클로는 온라인상에서 불매운동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기업 중 하나다. 

해당 건물은 10년째 유니클로 종로3가가 임대 중이지만 유니클로 측이 폐업을 결정한 것. 계약 만료 시점인 오는 10월을 기점으로 재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냐는 추측이 많지만 유니클로 측은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진 않은 상황. 해당 매물을 중개하는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통화한 결과 유니클로 종로3가점은 지난 주에 매물로 나왔으며 어제 현수막을 달았다고.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회사 내부 사정은 잘 모르지만 불매운동과 별개로 계약 만료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매장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소 상반되는 곳도 있다.

실례로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입점한 유니클로에서도 불매운동을 실감하진 못했다. 한적하긴 했지만 간간이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같은 층에 있는 스페인 SPA 브랜드인 망고와 손님 수도 비슷했다. 매장 직원 역시 불매운동을 실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GS25 8월 행사 전단(자료=GS25 홈페이지)

■'애국마케팅' 펼치는 편의점들..아사히·기린 맥주 할인 안 해

편의점은 가장 먼저 불매운동에 나선 유통업계 중 하나다. 업계 차원에서 ‘애국마케팅’을 벌이기 전부터 자발적으로 일본산 제품을 가판대에서 내린 점주들이 많았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대용량 캔맥주 매출 1위를 지켜온 아사히 맥주는 순위가 7위까지 떨어졌다. 10위권 내에 있던 기린이치방과 삿포로는 그 바깥으로 밀려났다.

GS25는 지난달 22일 맥주 행 홍보 판촉물을 다시 제작해 가맹점에 배포하기도 했다. 원래는 ▲기네스 ▲하이네켄 ▲칭따오 ▲아사히 ▲1664블랑 ▲삿뽀로 ▲필스너우르켈 등 7종이었다. 그러나 최근 불매운동을 의식해 ▲기네스 ▲홉하우스13 ▲하이네켄 ▲칭따오 ▲1664블랑 ▲카스후레쉬 ▲호가든으로 재편성했다.

CU 편의점은 지난 1일부터 '수입맥주 4캔 묶음판매(1만원)' 행사에서 아사히를 포함한 일본 맥주 19종을 제외했다. 기자가 여의도의 한 CU 편의점에 방문한 결과 실제로 수입맥주 코너에서 일본 맥주만 제외하곤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일본 맥주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자료=렉서스)

■'품질의 대명사' 일본 자동차까지 지탄 대상..중고차도 거래 안돼

오랫동안 '일본산 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품질좋은 '메이드인재팬'의 대명사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만큼은 지탄받는 'No Japan'의 총알받이 신세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 남동구 구월문화로상인회가 지난 23일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일본산 렉서스 승용차를 쇠파이프 등으로 부순 것이 상징적이다.

관세청은 지난 30일 지난달 1일에서 20일까지 완성차 수입 현황을 집계한 자료를 공개했다. 그 결과 일본차 수입액은 4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3%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권용주 국민대 겸임교수(자동차운송디자인학)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일본차들은 그 달에 팔 것을 그 전달에 수입해오는 구조라고 한다. 지난달 초부터 불매운동이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관련 업계의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헤이딜러)

중고차도 마찬가지다. 중고차 매매 서비스 기업인 ‘헤이딜러’가 지난달 24일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산 대표 차종에 대한 중고차 딜러들의 입찰 수가 최대 30% 가량 감소했다. 

렉서스 ES 300는 평균 딜러 입찰 수가 12.8명에서 8.9명으로 30% 감소, 인피니티Q50은 25%, 토요타 캠리는 15% 하락했다. 조사는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6월 1일부터 21일까지와 7월 1일부터 21일까지를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는 “일본의 무역보복에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신차 판매량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비재에서 고관여 제품까지. 더 나아가 영화나 책과 같은 문화 영역에서도 불매운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운영 중인 ‘서경덕의 대한민국 홍보 이야기’ 페이스북 페이지에 “일본 불매운동이 문화운동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론의 분위기를 봐도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불매운동이 감정적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소수인 걸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감정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국민평가를 발표한 결과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61.8%(전혀 동의 안함 46.3%, 별로 동의 안함 15.5%)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반이 불매운동이 감정적 대처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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