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실손보험과 비급여, 각종 규제사항 등 보험업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했던 보험개혁회의가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있다.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권익은 향상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보험업계의 재무부담은 커졌고 일부 추진안에선 여전히 잡음이 발생 중이라 미완성 상태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난 1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제6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산업의 현안 과제와 미래대비 과제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자료=금융위원회)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업권은 오는 11일 제7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선 그동안 진행됐던 개혁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와 개혁회의 상시화와 관련된 종합개선안이 발표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망보험금 유동화 추진 방안과 업권의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 미래 대비과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보험개혁회의는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의 과당경쟁과 단기 수익성 추구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판매채널의 수수료·불완전 판매 활동 등을 개선하기 위해 출범한 기구다. 보험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당국과 보험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했으며 기구는 ▲신회계제도반 ▲상품구조반 ▲판매채널반 ▲영업관행반 ▲미래준비반으로 구성돼 운영됐다. 지난해 5월 첫 회의 이래 총 6번의 회의가 진행됐고 이번 7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10개월 간의 활동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그동안의 회의를 통해 보험업권을 둘러싼 각종 규제 완화 방안과 신성장 동력 마련을 추진했다.
먼저 지난달 제6차 회의에선 19년간 유지됐던 방카슈량스 상품 판매 비중 규제를 25%에서 33~75%로 대폭 완화했다. 채널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손해보험사의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 선택권은 강화한 것이다. 보험사의 부수업무엔 재가 요양시설 운영을 포함해 요양사업이란 신성장 동력 활성화도 지원했다.
소비자들의 권익 향상 노력과 상품 개선 방안도 여럿 진행됐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제2차 회의에서는 임신과 출산을 보험 보장 대상으로 편입했으며 지난해부턴 한화손해보험의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비롯한 관련 상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큰 인기몰이를 한 여행자보험에 대해선 무사고 환급을 허용하기도 했다.
민원 처리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비분쟁성 민원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이첩하기로 했다. 또 5차 회의에선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상품 설명방식을 간소화·표준화하기로 결정했으며 법인보험대리점(GA)의 비교·설명 의무를 강화했다. 부당 승환 활동도 방지하고자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계약 유지·관리 수수료를 매월 분할 지급하도록 했고 계약 후 1년간 지급되는 수수료의 상한선을 1200%로 제한하는 ‘1200% 룰’ 적용 대상도 GA소속 설계자로 확대했다.
특히 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 꼽혀왔던 실손보험과 비급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고 올해 6월 5세대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5세대 상품에서는 임신과 출산이 보장 영역으로 추가했고 ‘관리 급여’ 항목을 신설해 과잉 진료 문제를 야기했던 비급여 치료를 관리하기로 했다. 비급여 진료 대상도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해 중증 질환에 대해서만 보장할 예정이다.
규제와 실손 개혁 등 눈에 띄는 성과들이 추진됐으나 일각에선 보험사의 재무부담만 가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종 개혁은 미완성 상태인데 공시기준은 강화되고 회계지침까지 마련됐기 때문이다.
보험개혁회의는 제4차 회의에서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보험들이 지난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에선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해지율을 완납 시점에 0%로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으로 지정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적용됨에 따라 주요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역대 최고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0~60% 하락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141%포인트 급감했다.
판매수수료 개편안과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 2.0은 갈등과 숙제를 남겼다. 보험개혁회의가 판매 수수료율을 공개하려 하자 대형 GA사들이 삼성생명의 보험상품 판매를 보이콧하며 반대 의견을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GA업계는 현재 당국 개선안 유예와 단계적 적용 등의 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기존 문제점을 개선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2.0서비스도 지난해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보험사와 핀테크 간 수수료 문제로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7차 회의에서 보험사가 충족해야 하는 K-ICS 비율 권고치를 150%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판매수수료 개편안은 회의가 종료되더라도 산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갈등을 좁혀간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워낙 많은 과제 있어 일률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많은 진척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됐고 자본성 증권 발행도 증가하는 추세라 마지막 회의에선 K-ICS 비율 완화 외 보험사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