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금융시장 '불확실성' 건드렸다..금융지주 '시계 제로'

코스피 2400선 붕괴·원달러 환율 1440원 위협
탄핵 무산 이후 외신들 한국 경제 부정적 전망↑
건전성·주주환원 관리 발등 불 떨어진 금융지주
시장 모니터링·주주 소통 강화 외 뚜렷한 대책 없어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2.10 11:0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용산발 '비상계엄 사태'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비상계엄 조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부결로 불확실성 해소에 실패하면서다.

원화 가치 하락과 주가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주요 금융지주·은행들은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사실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 이상으로 구체적인 타개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각사)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78% 하락한 2360.5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3일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5.19% 하락한 627.01로 마감하며 4년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장 마감 시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2246조1769억원으로 계엄선포 이튿날인 4일 이후 144조원 넘게 증발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기준 전날 대비 2.24% 오르며 2400선 탈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는 기관 매수가 확대된 영향으로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각각 243억원, 2534억원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날 새벽 2시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주간거래 종가대비 15.80원 급등한 143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24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금융시장이 급랭한 것은 주말사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이번 사태를 해프닝처럼 여기던 외신과 해외투자자들의 눈빛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인터치 캐피털 마켓의 션 캘로 선임 FX 애널리스트가 “탄핵안 부결에 따른 실망감이 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윤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국민의힘이 탄핵을 저지하는 한 시장은 정치적 마비 상태를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포브스지의 수석 기고자 윌리엄 페섹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 사태에 대한 비싼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을 갖고 분할해서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율 급등과 주가 하락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 가운데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자산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다. 앞서 금융지주들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 기반 배당 확대를 약속했는데 환율이 오르면 이 비율도 악화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들여 금융 자회사들의 유동성과 건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가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최전방에 있음을 강조하며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과 우리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지주들은 현 시점에서 건전성 지표가 금융당국의 규제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고 은행 발행 사채의 스프레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펀더멘털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 등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전날 KB금융은 주요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한을 발송해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더불어 지난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에 대한 변함없는 이행을 약속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투자자와의 직접 소통을 위해 기존 투자자는 물론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그룹 컨퍼런스 콜, 대면미팅 등을 통한 실시간 정보공유로 투자자 이탈 및 시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해외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 콜 등 실시간 소통을 통해 투자자의 우려사항을 최소화하고 시장 변동성 관리를 위해 선제적 대응 중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밸류업에 대해서 이행 계획에 맞춰 변함없이 추진할 것을 국내외 투자자들과 약속하며 대외 신인도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경영환경 불확실성 대비 Worst(최악)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별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며 시장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면서 투자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밸류업 계획이 이미 공시된 바와 같이 향후 밸류업은 각 금융회사의 이사회 및 경영진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대면·비대면 미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한민국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기존 발표했던 밸류업 프로그램 등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 등 우려되는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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